한국 국회의 역사를 살펴보면 파행과 오욕의 연속이었음을 알 수 있다.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 입법 기관, 정책통제 등을 통해 정부를 감시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제대로 역할을 해왔냐는 물음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 원인은 한국의 정치풍토와 국회의원들의 집단이기주의에서 찾을 수 있다. 시급한 민생 현안의 해결보다는 당리당략에 끌려 툭하면 휴업을 해왔다. 불법을 저지른 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방탄국회를 여는 건 기본이었다. 정권에서 의도하는 목적을 관철키 위해 의원들은 국민의 의사와는 관계없는 '정권의 거수기(擧手機)'가 되기 일쑤였다. 국회가 '통법부(通法部)'라는 오명도 들어야 했다.

朴正熙 정권 때 자행됐던 '삼선개헌(三選改憲)' 등 이른바 '날치기 통과'를 빼놓고 국회의 역사를 말할 수 없다. 법안 통과를 위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불행하게도 '날치기'의 주역은 대부분 국회의장이 맡아왔다. 간혹 여당 쪽 국회부회장으로 역할 분담이 되기도 했다. 이런 불행한 역사는 한국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의 위상을 말해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아래선 국회의장을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사실상 지명해왔다. 이는 거의 관행으로 굳어졌다. 결론적으로 국회가 독립성과 자율성을 제대로 확보치 못했다는 말이 된다.

16대 국회 원구성을 앞두고 국회의장의 선출 문제가 여야간에 최대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당은 역대 국회에서 집권여당이 의장을 맡아왔던 관례와 원만한 정국 운영을 위해 국회의장은 여당 몫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은 총선 민의에 따른 원내 다수당에서 국회의장을 맡는 게 민주주의의 원칙에 맞는다는 주장이다. 양쪽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러나 어느 쪽 주장이 옳다고 손들어 주기가 힘든 사안이다.

최근 국회의장은 국회의원들의 자유 경선으로 선출하고, 국회의장은 당적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진정한 입법부의 권위와 자율성을 되찾기 위한 한 방편임에 틀림없다. 과거처럼 당 수뇌부의 결정이 아니라 의원들이 민주적으로 뽑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안의 처리 여부는 새로운 국회의 위상과 정국 운영,새 시대 정치의 변화를 예견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하주홍·코리아뉴스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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