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의사로 10년 이상 환자들을 대하다보니 ‘조금만 주의하면 이렇게 심해지지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알면서도 실행 못하는 원칙도 있지만, 너무나 단순해 무시되는 경우도 있다. 피부건강을 지키기 위한 기본원칙 몇 가지를 피부건강 10계명이라는 제목으로 간추려본다.

1.과로, 과음하지 말라 2.신경 쓰지 말라 3.때를 밀지 말라 4.보습제를 상용하라 5.선스크린을 상용하라. 6.화장을 줄여라 7.음식을 가리지 말라 8.하루빨리 치료를 받아라 9.약을 알고 써라 10.민간처방 믿지 말라

(1) 과로, 과음하지 말라=과로 및 과음은 만병의 근원이 된다. 따라서 충분한 휴식과 절제가 모든 병 치료에 있어서 기본원칙이며 피부병도 예외가 아니다. 알면서도 실행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안타깝지만, 병이 들면 쉬어야 한다.

(2) 신경 쓰지 말라=신체적인 피로에 못지 않게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피부병을 악화시킨다. 내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쉽지 않기에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피부병은 만성화, 고질화하기가 쉽다. 스트레스를 잘 해소하도록 하고, 때에 따라 정신과 의사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3) 때를 밀지 말라=때 미는 목욕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잘못된 습관이며, 피부에 큰 악영향을 끼친다. 특히 동절기에 발생하는 가려움증의 대부분은 때 미는 습관만 없애면 해결될 수 있다. 더럽게 보인다고 실제로 더러운 것이 아니다. 피부를 아끼려면 때를 밀지 말아야 한다.

(4) 보습제를 상용하라=피부는 적정한 습기를 머금고 있어야 건강한 상태인데,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동절기에 건조한 피부의 경향이 많아서 문제이다. 특히 아토피 등 건성 피부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때를 밀지 말고, 샤워 후마다 보습제를 항상 발라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5) 선스크린을 사용하라=햇볕이 인체에 유익한 면이 있다는 것을 무시해서는 안 되지만, 과다한 일광노출은 기미, 주근깨 등 색소성 피부질환과 광노화를 부추기는 등 피부에 악영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피부색이 백인에 가까운 사람일수록 햇볕에 약하므로 햇볕을 조심하고 선스크린을 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6) 화장을 줄여라=우리나라 여성들의 화장품 사용은 도가 지나칠 정도이다. 하나의 화장품 안에는 보통 수십 가지의 화학물질이 혼합되어 있다. 그 많은 물질들 중에 내 피부에 해로운 것이 전혀 섞여있지 않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여성들의 얼굴에 습진이 생기는 원인 중의 하나로 화장품을 꼽지 않을 수 없다. 화장을 줄여라. 피부가 편안해진다.

(7) 음식을 가리지 말라=피부에 뭐가 나면 음식부터 거론하는 분들이 많지만, 음식과 피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정 음식(알콜은 예외)때문에 나빠질 피부병도 없고, 특정 음식을 먹어서 좋아질 피부병도 없다. 음식으로 체질개선한다는 것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피부병 때문에 음식을 가리지 말라. 또 하나의 스트레스를 얻을 뿐이다.

(8) 하루빨리 치료를 받아라=피부병이 만성화되면 치료해봐야 그때뿐이니 치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래봐야 자기만 손해다. 치료의 효과가 일시적이라는 것은 모든 병이 마찬가지이다. 완치를 위해서가 아니라, 방치하는 것보다 나으니 치료를 받는 것이다. 특히 가려움증은 긁으면 긁을수록 더 심해진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증상이 있을 때마다 하루빨리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9) 약을 알고 써라=피부병이 생기면 의사에게 진찰 받기 전에 집에 있는 약이나 약국에서 구입한 약을 바르다 오는 분들이 많은데, 약 이름을 알고서 바르는 분은 거의 없다. 뭔지도 모르는 피부병에, 알지도 못하는 약을 바르면서 부작용 없이 좋아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나 낙천적인 성품 때문일까? 내 몸을 아낀다면 내 피부에 사용하는 약의 이름 정도는 알고서 발라야 할 것이다.

(10) 민간처방 믿지 말라=21세기를 살아가면서도 정통의학보다는 민간처방을 더 신용하는 분들이 아직도 많다. 여러 가지 약초를 피부병에 좋다고 사용하다가 오히려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고, 특히 식초나 빙초산을 무좀 등 피부병에 사용하다가 화학적 화상을 입는 경우는 어처구니없게도 너무나 흔하다. 섣불리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지 말고 전문가에게 의뢰할 일이다.

<송동훈·피부과 전문의·제민일보 의료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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