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민족문학작가회의 제주도지회(지회장 김병택)가 1일 오후 제주도중소기업지원센터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4·3문학 심포지엄’은 지금까지 출간된 ‘4·3문학’을 정리하는 한편 앞으로의 4·3문학을 전망해본 의미있는 자리였다.

 ‘4·3 문학의 재조명’을 주제로 열린 이날 심포지엄에서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동윤씨(제주대 강사)는 ‘4·3문학 어디까지 왔나’를 통해 4·3문학의 흐름을 3단계(첫 번째 단계는 4·3발발부터 1978년 현기영의 「순이삼촌」발표까지,2단계 「순이삼촌」발표부터 1987년 6월 항쟁이 일어나기까지,3단계 6월 항쟁이후 현재까지)로 나눠 설명했는데 첫단계는 4·3의 피상적 접근단계,2단계는 사태 비극성 드러내기 단계,3단계는 다양화 종합화 단계로 명명했다.

 김씨는 “4·3이 소설에서 거론된 것은 4·3토벌이 진행중이던 1950년 2월 허윤석의 「해녀」부터 오영수의 「후일담」(1960),곽학송의 「집행인」(1969),박화성의 「휴화산」(1973) 등에서 4·3이 형상화하고 있다”고 전제하고,“하지만 이들 작품들은 역사적 인식이 결여된 피상적 취재에 근거해 소재주의적 접근으로 독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4·3의 본질을 바로 파악하려는 작가들의 노력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김씨는 “70년대 들어 오성찬의 「하얀 달빛」(1971)·「잃어버린 고향」(1976) 현기영의 「아버지」등 제주도출신 작가들에 의해 4·3을 소설화한 작품이 나오긴 했지만 이들 작품들도 여전히 삽화나 배경적인 요소로 4·3을 다루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정치권력에 의해 조장된 4·3에 대한 금기의 벽은 현기영의 「순이삼촌」발표로 허물어지기 시작했다”고 진단하고,“현기영 현길언 오성찬 등 세작가가 중심이 되어 그동안 금기시 했던 4·3에 대해 조심스럽게나마 사회적으로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와함께 김씨는 “87년 6월 항쟁을 계기로 4·3문학의 다양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면서 “특히 재일작가 김석범과 북한작가 김일우의 반미·반제적 시각의 4·3소설들이 국내에서 출판되면서 새로운 양상이 띠게 됐다”고 평가했다.그런가 하면 90년대 들어 4·3을 형상화한 장편소설이 잇단 발표는 4·3을 종합적인 면에서 접근하려는 시도였다고 평가했다.

 4·3문학의 인식수준에 대해 김씨는 “장르를 망라하고 거의 모든 작가들이 당시의 민족수난을 형상화하는데 주력해 왔다”면서 “앞으로의 4·3문학은 △4·3과 관련한 미국의 활동이 실제 어떻게 전개됐는지,△무장대 활동은 어땠는지 △당시 민중생활사와 사회사·문화사 등에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길언씨는 ‘제주문학에서 세계문학으로-4·3문학의 방향’을 통해 “4·3사태는 냉전 체제의 부산물이 된 한국의 분단상황 속에서 소외된 지역에서 발생한 ‘이상한 사태’이기 때문에 4·3사태는 정치나 사회의 논리로 그 실상을 해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 문학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씨는 “제주4·3사태는 다층적이고 혼란한 세대의 정치세력과 그 토대가 되는 역사 문화성과 관계되어 일상적인 논리로 해명할 수 없는 다양하고 다층적인 면을 지니고 있다”면서 “‘미친시대에 미친 사람들에 의해서 자행된 사태’이기 때문에 이 사태에 대한 이해나 해명은 정치와 사회,역사적 방법으로 불가능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나머지 몫은 문학이 맡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씨는 “제주작가들은 제주사태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면서 “사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아 인간과 세계사의 관점에서 사태를 이해하고 해석할 때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씨는 제주4·3문학의 방향은 △증언의 문학에서 탐색의 문학으로 △해원과 한의 확대 △집단적 이데올로기의 광폭성 △집단의 역사와 개인의 진실 탐구 △인간과 역사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토론에 나선 김종민 차장(제민일보 정치부·4·3취재반)은 “4·3문학 대부분은 소재주의(증언 등) 문학에서 벗어나지 못했고,4·3 소용돌이 속에서 일어난 4·3의 다양한 양상을 드러내는데 부족했다”면서“그 이유는 역사 자체에 좀더 치열하게 접근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수많은 사례를 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장일홍씨는 “4·3을 역사나 정치 사회가 아니라 문학이 맡아야 한다는 문학만능주의의 사고는 곤란하다”면서 “작가가 어떤 사관을 가지고 작품을 썼느냐에 따라 4·3문학 세계가 달라진다.4·3문학을 말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사인식이나 사관이다”고 역설했다..

 양영길씨(시인)는 “4·3문학을 바라볼 때 제주도민을 피해자의 위치에만 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4·3문학은 4·3이 일어나게 된 배경뿐만 아니라 제주도민들의 수난과 외세에 맞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민중의 힘도 소홀히 다뤄져선 안된다”고 주장했다.<김순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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