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나쁠 때 음식을 먹거나, 어색하고 불편한 자리에서 먹기 싫은 음식을 억지로 먹다 보면, 먹은 음식이 가슴에 꽉 막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이것을 흔히 ‘얹혔다’, ‘체했다’고 한다. 체란 기체의 줄임말로 기가 제대로 순환하지 못하고 체하게 됐다는 뜻이다.

체해서 가슴이 뻐근하고 답답한 증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완화되지만, 때로는 여러날 불편함이 계속되기도 한다. 이런 증상은 음식물 때문에 위장관 주변의 기가 순환하지 못하고 정체된 것이다. 이는 음식물이 시간이 지나면서 내려가는데도 기는 그대로 머물기 때문에 나타난다.

모든 병은 기의 이상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음식에 체해도 단순한 소화불량증 뿐 아니라 기의 이상으로 인한 다양한 병증까지 유발된다. 머리가 자주 아프거나 어깨가 결리며, 온몸이 얻어맞은 것처럼 아프고 손발에 쥐가 잘나는 증상 등은 가벼운 것이다. 심하면 신체의 활동 상태나 내장의 강약에 따라서 더 다양한 병증이 일어난다.

식체에도 두 가지가 있다. 상한 음식을 먹거나 몸과 마음이 편치 않은 상태에서 음식을 먹거나, 평소보다 과식함으로써 갑자기 찾아오는 급체, 평소 위가 약하거나 식사가 불규칙하고 근심이 많을 때 점차로 소화가 덜 되면서 체기가 쌓여 불편을 느끼는 구체가 그것이다.

만약 집에서 과식후 식체가 발생하여 숨도 제대로 못쉴 만큼 심할 경우에는 합곡혈(엄지와 검지사이의 눌러서 아픈 부위)을 반대쪽 손으로 강하게 눌러주는 것도 효과가 있으며, 특히 ‘손가락을 딴다’는 표현과 같이 십정혈에 해당하는 손가락의 말단부위를 어깨서부터 손가락을 향하여 마사지를 한 후 가볍게 출혈 시켜 기를 풀어 주면 숨쉬기가 편해지고 답답한 증상이 없어질 수 있다. 한두끼 식사를 거르거나 소화제를 먹는 것으로 낫기도 한다. 또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위의 소화기능을 높이기 위해 배 전체를 쓰다듬어주고, 특히 명치 끝에서부터 갈비뼈를 따라 문질러 주거나, 정중선을 따라 배꼽까지 가볍게 눌러도 좋다.

체를 고쳐 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침으로 기를 소통시키는 것이다. 체가 오래되거나 좀처럼 낫지 않을 때는 기를 다스려 체기를 풀어주는 한약을 함께 써서 기를 조절해 줘야 한다.

<황학수·한방의·제민일보 한방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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