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미술인협의회(대표 오윤선)의 제7회 4·3미술제가 3일부터 9일까지 제주도문예회관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역사가 서린 땅’전을 주제로 한 이번 미술제는 땅의 기억을 통해 52년 전의 4·3의 아픔과 당시의 삶을 반추하는 전시회다.

 작품들도 그동안 회화와 설치 중심의 미술제 형식에서 벗어나 4·3기록 사진과 작가들이 역사현장을 찍은 사진을 토대로 다양한 예술적 변형을 시도해 색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사진을 실사 출력한 작품이 있는가 하면 사진을 복사하고,사진을 이용한 회화작품화하거나 사진 콜라주,그래픽 등 다양한 변형을 통해 사진이 갖고 있는 장점을 미술표현에 도입함으로써 4·3의 예술적 형상화에 다양성과 가능성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하다.또 설치작품과 조각작품도 전시되고 있다.

 출품작을 보면 고길천씨의‘Y샤쓰-사라짐’은 형무소에 끌려갔단 5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은 행불자들이 보냈던 엽서 11장을 앞뒤로 인화한 사진과 엽서 내용 등을 길다랗게 붙여 놓아 당시의 제주민의 성향을 반추하게 하고 있다.부모님 걱정,우마걱정,농사이야기,내의와 양말 등을 보내달라는 이야기 등 엽서 속의 평범한 내용을 통해 4·3의 진실이 어떻게 왜곡됐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오윤선씨의 ‘한라별곡’은 사진을 컴퓨터그래픽으로 새롭게 변형한 작품.위로는 커다란 한라산이 아래로는 무수한 위패가 늘어져 있는 모습 사이로 눈물을 훔치고 있는 살아있는 자의 아픔이 자그맣게 떠있다.산 자의 고통과 한을 풀어내야만 온전하게 4·3아픔이 치유될 수 있다는게 작가의 작품의도다.

 4·3으로 마을이 사라져버린 동광 ‘무등이왓’과 ‘삼밭구석’사진을 확대복사한 정용성·양미경씨의 공동작품‘잃어버린 삶’은 단란했던 마을이 4·3으로 폐허가 돼 지금은 사람의 자취는 찾을 수 없고 깨진 그릇조각과 올레,집터,대나무밭 등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을씨년 모습을 통해 당시의 삶과 4·3의 아픔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이밖에 박경훈·김영훈씨가 물을 담은 52개의 그릇과 52개의 촛불을 통해 4·3영령들을 위무한다는 설치작품‘진혼’을 출품했고,증언자의 다양한 얼굴모습을 실크스크린으로 찍어낸 현경화씨의‘증언’,오석훈씨의 슬라이드 프로젝트 ‘그해 봄’도 눈길을 끌고 있다.이밖에 이원우 고민석 고혁진 김수범 부양식 등의 작품도 나왔다.

 전시개막 3일 오후 5시 제주도문예회관 전시실.전시문의=753-0077,754-5211.<김순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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