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투가 좋긴 좋은가 보다. 지체장애인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수장 자리를 놓고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됐다.

13일 탐라장애인복지관에선 제주도지체장애인협회 회장 선임을 위한 임시총회가 열렸다. 휠체어 등에 의지에 힘겨운 발걸음을 한 장애인들이 족히 300명은 넘었다. 불상사를 예견해서인지 행사장 주변에는 경찰들도 많았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시작된 총회는 5분만에 끝나버렸다. 사회자가 장내를 돌아다니며 “만장일치로 B씨를 새 회장에 선임한다”고 선언해 버렸기 때문. 국회에서나 있음직한 날치기 통과가 눈앞에서 펼쳐졌다.

반발이 이어졌다. “×새끼, 죽여버리겠다”는 등의 온갖 욕설이 쏟아졌지만 신임 회장은 손을 흔들며 회의장을 빠져나가 버렸다.

대부분의 장애인들은 영문도 모른 채 자리를 지켜야 했다. 문제는 회장 선임에 따른 관례를 깨뜨린 데 있었다. 예전에는 회원들이 회장을 선출한 뒤 이를 중앙회가 선임하는 방식을 취했지만 올해는 완전히 뒤바뀌어버렸다.

장애인단체라고 예외가 돼선 안 된다. 어느 조직이건 회원들의 민주적 합의를 가장 으뜸으로 치는 마당에 이에 역행하자는 말인가. 더구나 ‘동병상련’의 처지를 이해하고 세상의 편견과 맞서 스스로의 권익을 향상시켜야할 형편이 아닌가.

“내편 네 편이 어디 있나, 장애인끼리 도와도 모자랄 판인데…”. 한 50대 여성 장애인이 한 말이 자꾸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좌용철·교육체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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