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에 짓눌리고 답답할 때 묵묵히 뛰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영화 이야기지만 주인공 ‘포레스트 검프’처럼. 평균 이하의 지능을 갖고 태어난 포레스트. 다리에 쇠붙이로 된 보조장치를 끼고 걸어야만 했던 소년. 어느 날 악동들의 장난을 피해 도망치다 자신이 달릴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면서 포레스트의 미래는 활기차고 가능성으로 다가온다.

달리기 하나로 대학을 진학하게 되고 미식축구 전미국선수로 선발돼 케네디 대통령의 격려까지 받는다. 또한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가 적군의 계략에 말려 포로 신세가 되지만 그 상황에서도 달리기 실력은 유감없이 발휘된다. 자신뿐만 아니라 전우들까지 구해내 영예의 훈장을 받기도 한다.

포레스트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도, 애인이 자신을 외면해 슬플 때도, 사업상으로 어려움에 처할 때도 묵묵히 달린다. ‘똑똑해야만 살아 남는다’는 경쟁사회 소용돌이 속에 함몰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인간의 순수함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를 대변해 주는 영화이다.

최고의 건강 스포츠로 대중화되고 있는 마라톤. 마라톤은 곧잘 인생에 비유해 설명되어지고 의미를 부여한다. 마치 자신이 거쳤던 고난의 역정의 길을 지우며 새롭게 나아갈 길을 젖혀 가는 자기와의 싸움으로 표현된다. 기록과 상관없이 마라톤을 완주한 자들의 소감을 들어보면 혼자의 외로운 싸움인 줄 알았지만 코스 코스마다 응원해주는 마을주민·학생·행인들의 격려가 너무나 정겹게 다가와 이웃을 생각하게 된다. 또한 무엇보다도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며 인생의 의미를 새롭게 해준다고 한다. 한마디로 담담히 쉼 없이 한 발짝 한 발짝 내딛는 42.195㎞ 장정은 또 다른 세계를 경험케 한다는 데로 귀결된다.

우리 나라가 좁게는 제주 사회가 불법과 비리 사건 등으로 혼란스럽기만 하다. 달리는 ‘풀뿌리’ 포레스트가 떠오른다. 해변도로 따라 포말로 부서지는 파도를 벗삼아 제주도 일주를 하고픈 생각이 맘 한 구석으로 쓱 들어온다.

제민일보사가 ‘4·3평화 국제마라톤’을 준비하고 있다. 4·3을 공론화 했고 진상규명의 선두대열에 서 온 본사가 과거 4·3의 아픔을 씻고 평화와 통합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해 마련하고 있다. 자신을 위해, 평화를 위해 우리 모두 달려보자.

<장제근·사회부장>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