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이 오늘로 52주년을 맞았다.해마다 되풀이 되는 날이지만 오늘의 감회는 각별하다.지난해 세기말의 벼랑끝에서 4·3특별법이 가까스로 제정,이제 본격적인 4·3치유작업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반세기 역사의 뒤안길에서 가슴앓이를 해온 도민들에기는 올해가 4·3해원의 원년이란 생각에 그 기대와 설레임은 적지 않다.하지만 4·3치유작업에 대한,치유의 기본틀인 특별법에 대한 도민적 불안과 초조함이 이 순간에도 없지 않다.치유의 기본틀이 마련됐다고는 하나 법제정에 따른 후속조치들이 미덥지 못함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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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특별법이 4·3해원의 기본틀임은 틀림이 없다.그러나 그것은 정부차원의 진상규명과 도민명예회복이란 후속조치를 전제로한 기본법일 따름이다.법이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라고 이름하고 있음이 그것이다.다시말해 4·3의 진상이 무엇인가를 규명하고,그것을 바탕으로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시켜 줄 수 있는 근거법인 셈이다.바꿔말하면 제대로운 진상규명 없이는 의미가 없는,차라리 없는 것보다도 못한, 실속없는 그런 법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4·3특별법 제정'이란 역사적 순간에도,특별법의 제정은 4·3해원의 대미가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해 왔다.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의 기본방향을 제시하게 될 시행령의 제정 등 후속조치에 긴장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해 왔다.도민적 염원이 담긴 법이라고는 하나 입법과정에서 숱한 우여곡절을 겪은 법이기에,향후 보완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한 법임을 상기하고자 함이었다.과연 4·3특별법을 받쳐줄 시행령(안)에는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안전판이 마련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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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자부가 입법예고한 4·3특별법 시행령안에는 유감스럽게도 법취지를 담아 낼 안전판이 미흡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대표적인 사례가 4·3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와 기획단의 구성이다.시행령 따르면 위원 대다수가 정부부처 장관이며,기획단 역시 과반수가 국장급의 중앙부처 고위공무원으로 되어 있다.법령상 위원회와 실무팀이 지나치게 관료 중심으로 구성됨으로써 4·3해원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지 않겠냐는 것이다.충분히 공감이 가는 지적이 아닐 수 없다.4·3 비전문가인 관료들이 진상규명의 축이란 점에서 자칫 4·3의 진실이 왜곡되고 퇴색될 소지가 없지 않다는 생각에서다.도내 시민·사회단체들이 같은 취지에서 행자부에 의견서를 제출해 놓고 있고, 본란을 통해서도 여러차례 지적이 되어 왔다.거듭되는 주장이지만 위원회와 기획단은 4·3에 대한 학식과 연구경험이 풍부한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되야 한다.그렇지 않고서는 4·3의 실체적 진실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희생자 명예회복에 대한 접근은 요원해진다.이점 4·3해원의 방향과 관련,그 책임을 떠맡고 있는 정부당국이 유념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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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만 도민의 염원인 4·3의 해원은 진상에 대한 실체적 진실의 국민적 공유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4·3특별법과 시행령 등 법령은 바로 이같은 4·3의 진상에 대한 국민적 공유를 담보해 주는 제도적 장치에 다름아니다.따라서 법이 담보하고 있는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서는 제도적인 장치 또한 실체적 진실에 가까워 질 수 있도록 전향적이고 획기적이지 않으면 안된다.우리는 이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여전히 믿고 또한 기대고 있다.이같은 기대와 신뢰는 김대중대통령의 발언을 통해서도 읽고 있다.4·3특별법이 국민의 정부 대표적인 개혁입법이자 민주화 도상의 금자탑으로서,인권존중 사회의 초석이 될 것이란 연초 청와대 발언이 그것이다.우리는 향후의 4·3진상 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 또한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과 동일선상에 있다고 믿고 싶다.

 4·3해원의 기본틀인 특별법과 시행령이 인권존중사회의 초석이 되기위해서도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제도적인 안전판 구축은 시급하다.우리는 그것이 4·3전문가들이 중심이된 위원회와 기획단의 구성임을 4·3발발 52주년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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