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경찰의 교육감 불법선거 수사가 제동이 걸렸다. 금품수수 혐의자에 대한 첫 영장이 법원에 의해 기각됐기 때문이다. 그간 구속영장을 신청하는대로 거침없이 발부돼왔던 터라 경찰로서는 의외라는 반응이다. 마치 기습펀치라도 맞은 기색이다. 이틀만에 정신을 가다듬은 경찰은 강수를 들고 나왔다. 보강수사를 거쳐 영장을 재신청한다는 것이다. 법원의‘장군’에 기죽지 않고‘멍군 ’으로 받아칠 태세이다.

이번 법원의 영장기각 사유는 지극히 원론적이다. 이들이 모두 적극적으로 금품을 수수하지 않은 초범이고, 범행 사실을 시인한데다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가 없다는 이유에서이다. 물론 검찰의 구속기준인 50만원 이상 금품수수자가 수십명에 이르고 있다는 것도 상당한 여론의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앞으로도 법원은 비록 선거사범이라고 해도 실형이 예상되지 않는 피의자에 대해서는 불구속 재판을 유도한다는 방침을 내비치고 있다. 깨끗한 선거문화 정착이란 대원칙에는 공감을 하지만 인신구속보다는 형량으로 단죄하겠다는 의도이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썩 못마땅하다는 눈치이다. 무엇보다 법의 형평성의 문제를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구에서는 지방의원 보궐선거때 30만원을 받은 유권자들 모두가 구속된 적이 있다. 그런데도 제주지법이 이보다 돈을 더 많이 받은 유권자에 대해 영장을 기각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이렇게 관할법원에 따라 구속기준이 달라진다면 법의 권위와 국민의 법감정은 불을 보듯 자명하다는 것이다.

그런 이면에는 검찰의 자존과 권위가 손상을 입게된데 대한 서운한 감정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검은 지난달 선거와 관련해서 30만원이상을 받은 유권자에 대해서는 무조건 구속수사 한다는 방침을 전국검찰에 시달한 바 있다. 하지만 제주지검은 사회에 미치는 충격파를 고려해서 조율에 조율을 거듭한 끝에 구속기준을 50만원이상으로 한발 양보했는데 법원은 이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논리적으로 따진다면 법원과 검찰의 입장은 나름대로 명분과 일리가 있다. 논리는 갖다 붙이기 나름이기에 그럴수도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의 이같은 미묘한 입장차가 제주사회의 분열과 갈등의 골을 깊게한다는 점이다.

그렇잖아도 지금 제주사회는 불법선거와 관련한 사법처리를 놓고 양분되다시피 쪼개져 있다. 한쪽에서는 금품을 받은 유권자들을 엄히 다스려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죄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하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마땅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교단의 안정을 위해 처벌대상을 최소화하고 수사를 조기에 마무리 지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제주교육이란 거목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썩어가는 가지를 쳐내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오버’하여 밑동까지 자르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제 교육감 불법선거 수사는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기준이 흔들리고 있다. 이럴때일수록 사법기관은 법과 원칙에 따라 공명정대하게 처리해야 한다. 공평하고 엄정한 법집행만이 최선의 방도이다. 기준은 곧 가장 기본이 되는 표준이기 때문이다.

<진성범·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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