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에 중요성을 부여하는 것과 그것에 자기의 주의가 집중되는 것이 정합될 때와 정합되지 않을 때 우리의 삶에는 어떤 영향이 미칠까?

K씨는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하였다. 그래서 기를 쓰고 공부를 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미 결혼도 하였고 아이가 둘이나 되고 보니 자기만의 시간을 갖기가 힘들다. 아내나 아이들은 늘 K씨와 함께 지내고 싶어하지만 그렇게 해주지 못하니 마음이 아프고 공부를 하면서도 아내나 아이들 생각을 하게 되어 공부에 집중하기 힘들다. 그래서 자주 짜증을 내게 되고 때로는 아내와 아이들이 거추장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제는 마음이 점점 초조해지고 불안하다.

L부인도 이와 비슷하다. L부인은 지금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직장에 다니면서 학업을 하다보니 직장 일에 충실하기 힘들고 그렇다고 학문에도 충실하지 못한다. 게다가 고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아들이 공부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를 좋아하니 마치 자신의 잘못인 것처럼 여겨져서 죄책감이 든다. 그러다 보니 늘 걱정만 앞서고 어느 일도 잘 되지 않아 짜증스럽다.

이처럼 우리는 어떤 일이 중요하여 그것을 하려고 하지만 그 일에만 집중할 수 없음을 종종 경험한다. 우리가 어떤 일에 중요성을 부여하고 그 일에 주의를 집중하게 될 때를 정합(整合)이라고 하고, 그 일이 중요하다고 여기지만 주의가 산만하여 제대로 그 일을 하지 못할 때를 부정합(不整合)이라고 한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주의'란 영어의 attention으로서 라틴어의 ad- '어디를 향하여'라는 말과 tendere '뻗친다'라는 뜻이 합성된 것이다. 우리가 무엇에 주의를 기울이면, 우리의 심리적 에너지는 그것을 향해 뻗쳐나간다. 그리고 그 대상에 따라 주의가 오래 머물기도 하고 저항하기도 하지만 회수되거나 이동한다.

그런데 우리의 삶을 보면 중요성을 부여한 것에 주의가 가있지 않고 그렇지 않은 것에 주의가 머무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렇게 되면 불필요한 것에 에너지가 소모되는데 이것을 '주의 고갈'이라고 한다. 주의가 고갈되면 자신의 무능력을 탓하게 되거나 하는 일에 꾀를 부리거나 스스로 합리화하며 저항하게 된다. 때로는 화를 내고 초조해 하며 남을 탓하게 된다. 이를 테면, 중요한 것과 주의가 정합될 때는 성취감이나 자신감이 생기며, 자기만족감으로 인해 행복해진다. 그러나 그것이 부정합될 때는 좌절하고, 자신감이나 흥미가 떨어지며 혼란스럽다. 우리는 때때로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을 상대방이 권하기 때문에 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 재빨리 마음을 바꿔 내가 원하지 않지만 내가 원하는 일로 바꾸면 그 일을 즐겁게 할 수 있으나 내 일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함께하면 내내 불편한 마음을 갖게되어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거나 내가 불편하여 상대방을 미워하거나 원망했던 경험이 있다.

위의 K씨나 L부인의 경우, 현재 주의가 고갈되어 있으므로 이를 점검해야 한다. 무엇이 정말 중요하며, 중요하지 않은가? 를 살펴보아야 한다. 이 때 우리의 의지가 작용하여 주의를 어디에다 두거나 이동시키거나 거두기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만일 자신이 결정한 학문이 중요하다면 아내나 아이들에게 가는 주의를 회수하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에 주의를 옮길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그 일에 정합하게 됨으로써 괴로움이 사라지고 감정이 평온해져서 자연히 아내나 아이들에게도 즐거운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박태수·제주대 교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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