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욱새미·알동네 먹는물(용흥리)
◈윤내미물(신엄리)
애월읍 신엄리 윤내미물의 봄은 넉넉하다.남쪽 구릉에 자리잡은 솔숲은 푸른 빛이 완연했다.봄을 재촉하듯 때를 맞춰 내린 비 덕분이다.연못에도 알맞게 물이 찼다.
들녘에는 꽃향기가 물씬하고 휘릭릭 휘리릭,솔잎 부딪는 소리가 연인의 옷자락을 스치는 양 살갑게 느껴진다.
봄볕을 즐기던 흰뺨검둥오리 무리가 ‘푸드덕’하고 갑자기 무리를 지어 비상한다.
이들은 소리에 민감하다.물가로 조금만 다가가는 기척만 있어도 어떻게 눈치를 챘는지 소스라치게 놀라며 날개를 퍼득이고는 날아간다.
윤내미물은 신엄새마을금고에서 맞은편 농로를 따라 180m가량 올라간 곳에 자리잡고 있다.인적이 비교적 뜸한 곳이어서 백로·왜가리·흰뺨검둥오리·쇠물닭 등 철새들이 휴식을 취하기에 좋은 곳이다.
윤내미물은 4군데의 크고 작은 못으로 이뤄져 있다.못 주변을 한바퀴도는데 어른 걸음으로 450보 가량 소요된다.비교적 큰 못이다.
윤내미물은 그러나 가뭄때는 아예 바닥을 드러낸다.비가 많이 왔을 때는 주변 식물들이 물에 모두 잠기지만 비가 적을 때는 큰고랭이·세모고랭이 등의 수생식물이 서식하는 질퍽한 늪의 형태로 다가온다.
홍용택 신엄리장(46)은 “남쪽 윤내미동산쪽으로는 흔히 ‘말왓’이라고 해서 수분함량이 적기 때문에 선인장 밭을 조성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말왓의 반대 개념은 ‘질왓’이다.윤내미물 서쪽에 해당된다.이곳에서 수로와 숨골을 통해 윤내미물 중심으로 물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이 일대는 물이 넉넉하기 때문에 마름으로 뒤덮여 있다.마름은 도랑이나 연못 또는 큰 늪지·강변에 흔히 자생하는 수생식물이다.마름열매는 밤 모양과 비슷하다.옛날에는 이를 밤 대용으로 제사상에 올리기도 했다.잎은 사각형이며 윗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톱니모양을 하고 있다.7∼8월에 백색의 꽃이 피고 9∼10월에 익는 열매는 한방에서 해열·강장재로 쓰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조사결과 이 일대에는 환삼덩굴·왕모시풀·수영·역귀·며느리밑씻개·고마리(고만이)·개역귀·쇠무릅·사위질빵·으름덩굴·찔레꽃·가락지나물·토끼풀·자귀풀·노박덩굴·줄사철나무·상동나무·하늘타리·마름·쥐똥나무·미나리·피막이·병풀·마삭줄·계요등·인동덩굴·방가지똥·망초·가막살이·검정말·말즘·골풀·사마귀풀·조개풀·쇠돌피·띠·억새·개기장·솔새·수크렁·강아지풀·좀개구리밥·네가래·세모고랭이·큰고랭이 등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일대도 환경파괴가 계속되고 있다.예전에는 주변에 민가가 없었으나 작년 11월 16세대의 신엄빌라가 들어섰다.2군데의 쓰레기 소각장도 눈에 들어온다.
지난 97년 10월에는 흰빰검둥오리가 죽은 채로 발견됐다.새들이 살 수 없는 곳은 사람도 살수 없다.특히 이 일대는 쇠물닭의 번식처가 되고 있는 만큼 늦었지만 남은 공간만이라도 보존돼야 한다.
용흥리에 자리잡은 알동네 먹는물은 비교적 보존이 잘돼 있다.바닥을 들여다 볼수 있을 정도로 비교적 투명해 첫 인상이 '깨끗하고 시원하다'는 말로 함축된다.
마침 어른 손바닥만한 자라 두 마리가 연못가 돌위로 올라왔다.둘이 붙어있는 게 아마 짝짓기를 하려는 것 같다.
면적은 600㎡ 가량 되며 대표적인 수생식물로는 마름과 수련을 꼽을수 있다.
이 못은 둘로 구분된다.남쪽에 자리잡은 게 알동네 먹는물이다.지름 7∼8m,높이 1.5m의 돌담으로 둥그렇게 쌓아놓은 곳으로서 옛날에는 음용수로 사용했다.
또 이곳에서 수로를 통해 물이 흘러가 연못을 이룬 곳이 쇠먹이는 물이다.이곳 사람들은 이 둘을 합쳐 흔히 알동네 먹는물이라고 부르고 있다.
용흥리 웃동네에도 어욱새미라는 못이 있다.표준말로 하면 억새못이다.지난 70년대 초반 이 일대에 감귤원이 조성되기 이전에는 주변에 억새가 많았다고 한다.
면적은 약 100㎡ 가량 되며 바닥에는 세모고랭이가 꽉 들어차 있다.이 곳에서 농로 건너편에는 50㎡ 가량 되는 또다른 어욱새미가 있다.이 물은 옛날 음용수로 썼던 곳이다.
상수도가 보급되기 이전에는 물이 귀해 마을의 생명수로 자리잡았던 셈.그러나 지금은 인적이 끊기고 관리가 소홀해져 추억을 먹고 살 뿐이다.<좌승훈·좌용철 기자 사진=조성익 기자>
제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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