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주4·3은 사건이 일어난 지 55주기를 맞아 정부차원의 진상조사와 대통령의 공식적인 사과가 이뤄지는 등 뜻깊은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4·3 국가추모기념일 제정, 평화공원 조성 등 이에 뒤따른 여러 조치는 여태껏 눈에 띄지 않아 매우 유감스럽다. 이는 4·3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가 지난해 대통령에게 건의했던 사항이었다. 대통령은 이를 이르고도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그러나 4·3 56주기가 거의 한 달 앞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당부사항을 정부차원에서 미적거리고 있는 셈이다.

4·3 중앙위원회가 건의한 7건 가운데 여러 절차나 사정 때문에 빠른 시간에 이뤄지지 못할 사안도 있다는 건 잘 안다. 4·3특별법 개정과 평화·인권교육 및 평화재단 설립 등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많다. 그러나 4·3 국가추모기념일 제정은 그 어떤 사안보다도 우선적으로 빨리 이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에 관한 당위성이나 필요성은 너무나 분명하다. 이는 노 대통령이 당부했듯이 4·3의 교훈을 승화시켜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확산시키고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와 세계평화의 길을 여는 순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4·3유족과 관련단체 등이 국가차원의 추념일을 하루빨리 제정할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건 당연하다하겠다.

그러나 아직까지 행정자치부는 4·3 추념일을 제주도조례로 제정하려다 4·3처리지원단 등의 반대로 국가추념일 제정을 검토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국가기념일 제정요구가 4·3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45건에 이르고 있어 그리 쉽지 않다는 건 안다. 하지만 사안의 중요성이나 의미를 따져볼 때 정부는 하루빨리 4·3 추념일 제정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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