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의 쑥은 도시에서도 약수터 근처가 아니라도 흙만 있으면 어디에서나 얼굴을 내밀어 동네 아주머니나 할머니의 손길을 거쳐 쑥국도 끓여 먹고 찌개에도 넣고 쑥떡도 해먹는 등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식물이다. 그런데 이것은 식품 이외에도 약효가 뛰어나서 정식 한약재로도 사용되고 있다.

쑥잎은 앞은 녹색이고 뒷면은 희며 오래되면 누렇게 변하는 등 그 색이 다양하다. 또 잎이 두텁고 부드러워 사람으로 치면 온후하고 인정 많은 느낌을 가지게 하는 식물이다. 그래서인지 쑥은 특별히 모나지 않고 여러 경우에 순순하고 무던히 잘 화해시키는 약으로 분류되어 오고 있다. 쑥은 따뜻한 성질이라, 부인의 자궁이 약해서 약간만 무리하고 오래 서 있으면 하복부가 멍하니 하혈할 기미가 있거나 피가 약간씩 비칠 때, 인삼 황기와 함께 마른 쑥을 하루에 15내지 30g을 자주 달여 먹으면 도움이 된다.

생즙을 내어 먹어도 된다. 대개 부인이 하혈하면 나쁜 피가 맺혔다 해서 이 어혈을 터뜨려 배설해야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럴 경우도 있다. 그러나 본디 피란 가령 그릇에 담아 놓은 피가 저절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요 젓가락으로 휘저어야 피가 움직이듯이 사람 몸속에서 피가 생명 기운을 받아야 돌아다니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혈이란 피 자체의 탓이 아니라 기운을 못 받아서 생기므로 기운을 통해 주는 것이 원칙이다.

기운이란 활동력이니 따뜻한 것이다. 피 또한 따뜻해야 잘 움직이며 차가워지면 순환이 잘 안 된다. 그런데 허약하든지 식생활을 불규칙으로 해서 배가 차가워진 부인은 자궁 주위 조직체의 모세혈관도 수축하기 쉬우므로 약간의 무리에도 출혈이 잘된다. 그러므로 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쑥을 먹음으로써 그 따뜻한 성질로 하복부를 데워서 혈행을 부드럽게 하니 지혈이 되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장이 약해서 배가 자주 아프든지 설사를 자주 할 때도 도움이 된다. 다만 스트레스를 풀지 못해 혼자서 잘 씨근덕거리는 사람은 가슴에 열이 자주 느껴질 것이니 이런 사람은 금한다.

<황학수·한방의·제민일보 한방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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