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의 인구전쟁이 뜨겁다. 한사람이라도 더 끌어오려는 각 시·군의 인구 쟁탈전은 이번 북군선거구 파동으로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무엇보다 자치단체의 존립기반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인구가 정해진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조직과 예산도 그만큼 떨어져 나가게 된다.

어디 그뿐인가. 국회의석이 없어지는 것도 시간문제다. 북군선거구가 존폐의 기로에 서게됐던 것도 인구미달 때문이다. 그래서 자치단체들마다 인구유입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제주시는 인구 쟁탈전에 있어 그런대로 느긋한 편이다. 다른 시군에서 제발로 몰려오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 숫자만큼 서귀포시와 남·북군은 인구기근의 고통을 겪고 있다. 한번 빠져나간 주민들은 돌아올 줄 몰라 갈수록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온갖 처방전을 내놓아 보지만 백약이 무효이다.

이들 3개 시군의 인구유입정책은 대동소이하다. 먼저 각 시군마다 올해 5000명 이상 인구를 늘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다른 시군에서 사람을 빼와 목표량을 채운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부 자치단체는 공무원 할당제까지 실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말로 가관이다.

이뿐만 아니다. 자치단체들의 인구유입을 위한 수단과 방법도 가지가지다. 출산장려금과 양육비 지원 등 각종 인센티브도 있으나 볼썽사나운 것도 많다. 공무원 한사람이 5명 이상을 끌어오도록 치졸한 방법도 동원되고 있다. 공무원이 나서 대규모 위장전입을 추진하는 등 제살 깎아먹기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군간에 보이지 않는 갈등이 빚어질 것은 뻔한 일이다. 그러나 이처럼 얄팍한 꼼수로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주민들은 지자체가 생각하는 것처럼그렇게 만만한 봉이 아니다.

인구 유입을 위해서는 살기좋은 환경을 조성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일자리 창출이나 지역경제 활성화 등 입체적인 주거환경 보완이 우선돼야 한다. 특히 농촌을 떠났던 주민들을 다시 불러 모으려면 그들이 거주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교육·문화시설등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선결돼야 한다. 이런 기초적인 생활여건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러브 콜’만 하는 것은 짝사랑에 불과하다. 주민은 나그네가 아니라 지자체의 주인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인구 늘리기도 상식에 따라 해야 한다. 인위적으로 마구 늘린다고 해서 무작정 불어나지 않는다. 사람이 어디 엿가락인가.

최근들어 인구문제가 제주사회의 현안으로 대두된 것은 균형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데도 원인이 있다. 제주도 전체면적의 10분의 1밖에 안되는 제주시에 30만명 가까운 인구가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잘 웅변해주고 있다. 제주도가 제주시의 편중개발을 사전에 통제하고 조절하는 기능을 거의 발휘하지 못한 결과이다. 이 때문에 다른 지자체들은 인구난에 허덕이고, 반면에 제주시는 인구 과포화로 인한 교통과 환경등의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제주시 일부 동을 떼어 북군 선거구에 편입시키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더 이상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한다. 이것도 에너지 낭비이다.

<진성범·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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