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주사람들의 최대관심사는 단연 국회의원선거일 것이다. 엄청난 에너지를 내뿜으며 선거운동들이 한창이다. 후보자 모두가 제주의 발전을 위해서 나름대로 열심히 하겠다는 얘기들이다. 그러나, 선거철이 되면 으레 그렇듯이 구체적인 제안은 드물고, 부푼 풍선 공중에 띄우듯 두리뭉실한 얘기가 많다. 표만 많이 몰리면 될 터이니 말이다. 그러나, 출마한 후보들 중 제주의 미래상을 제시하고 또 그것을 이루기 위한 현재의 과제들에 대한 주장을 하는 이가 있는지 의문이다. 필자는 사실 선거에 큰 관심이나 지식도 갖고 있지 않다. 선거얘기를 꺼낸 이유는 선거판에서 가장 어울리는 이슈가 우리의 미래상에 대한 주장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 시대에서 세상이 끝날 것 같은 착각에 모든 것을 완전하게, 알차게 해 놓으려는 조바심 속에서 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세상은 앞으로도 이어져 갈 것임에 틀림없다. 또 당장 끝장이 난다면 그러한 조바심을 낼 필요조차 없어진다. 우리가 이 시대에 이룩한 성과들을 평가해 줄 후배나 후손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모든 계획을 수립하고 모든 것을 실천하고자 안달을 내고 있는 듯하다.

특히, 그 계획들이 자연환경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조바심이나 안달을 바탕에 둔 채로 진행한다면 더욱 위험해 질 수밖에 없다. 조바심과 안달은 이기적인 욕심과 잘못된 판단을 야기시키고 급기야는 개발의 미명아래 파괴를 자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송악산, 서귀포해안, 516도로들로 대표되는 최근에 우리가 개발하려는 대상들은 그것들이 그곳에 자연인 채로 존재하기에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거늘, 관광의 목적인 자연을 파괴 또는 변형시켜놓고 관광자원으로서의 활용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또한 이해할 수도 없을뿐더러 이해해서도 안될 이상한 논리이다. 설령, 개발의 목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소득증대와 고용창출 등 경제적인 이득을 본다 한들, 우리의 후손들은 마치 폐허와 같이 황폐한 환경 속에서 배부른 헛트림을 하고 있을 뿐일 것이다.

현재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환경은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것은 우리의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재산이며, 또 앞으로 우리의 후손에게도 대대로 물려주어야 할 재산인 것이다. 어찌 이것들을 우리가 전부 차지하려고 하는 것인가. 현명한 사냥꾼은 다음의 사냥을 위하여 사냥감의 무리한 살상을 금한다고 한다. 현재의 우리가 그나마 개발할 만큼의 여지를 물려받은 만큼, 우리도 후손들에게 후손들의 논리와 의지와 기술로서 개발할 수 있는 여지를 물려주어야 할 것이다. 만일 섣불리 훼손이나 파괴가 자행된다면 후손들은 그것들을 회복하고 복원하는 일 이외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조상들의 경솔함과 무지함을 탓하면서 말이다. 게다가, 실제로 우리는 산지천의 복개와 복원이라는 이상한 일을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듯이, 한번 훼손된 자연을 되돌리는 데에는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이것이 결코 우리의 미래상은 아닐 것이다.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 하며 오만에 빠지는 일없이, 우리는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 한구절을 되뇌이며 교훈을 구해봄직도 하다. "가장 완전한 것은 마치 부족한 것과 같다. 그러나 아무리 써도 부서지거나 닳지가 않는다. 가장 알찬 것은 마치 빈 것과 같다. 그러나 아무리 써도 끝이 없다."<양 상호·탐라대 교수·건축학><<끝>>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