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인의 표현대로 4월은 과연 잔인한 달인가? 잔인한 4월이 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며칠 없으면 4월3일. 정부보고서 채택과 대통령 사과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제56주년 제주 4·3사건 희생자 범도민 위령제가 봉행됩니다.

그러나 희망과 설렘 속에 위령제가 봉행돼야 하는데 왠지 허전하고 쓸쓸하고 천금의 무게가 짓누르는 듯한 분위기의 위령제가 될 것 같습니다.

지난해 10월31일 제주도민과 간담회 석상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제주 도민과 4·3사건 희생자 유족들에게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과거 국가 권력이 잘못에 대해 유족과 제주도민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 말씀을 드립니다.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들을 추모해 삼가 명복을 빕니다”라고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밝혔고, 이에 도민과 유족들은 감사와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번 56주년 위령제에 대통령께서 참석해 영령들에게는 명복과 안식을 유족들에게는 위로와 용기를 줘 반세기 넘는 한을 물어 주리라 한결같이 믿었는데 정치인들이 정쟁과 당리당략에 의해 대통령을 탄핵정국으로 몰아 위령제에 참석못하는 현실에 유족들은 분노하며 배신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구천에 헤매는 원혼들도 정치인을 규탄하며 원망하며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고건 대통령권한대행(국무총리)에게 제주도민과 희생자 유족들은 간절히 소망합니다. 난국타개와 국정안정에 전력하는 고건 대통령권한대행이 56주년 위령제에 꼭 참석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유는 정부가 공식기구에 의해 ‘4·3진상보고서’를 채택하고 대통령이 도민과 유족에게 공식사과를 했으며, 정부지원 112억원으로 1단계 공사, 영령들이 안식처 위령제단과 위령탑이 완공돼 처음으로 봉행되는 위령제이므로 국정에 바쁘시더라도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해 영령들을 위무하고 유족들을 위로해 주어야 4·3진상보고서 채택 의미와 대통령 사과의 뜻이 퇴색되지 않을 것이며 56주년 위령제가 큰 의미를 갖는 위령제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위령제에 지금까지 부정적 입장에서 참석하지 않았던 기관장, 우익단체와 관련되는 회원들은 화해와 상생, 화합차원에서 참석해 서로 용서하고 이해하며 봄꽃처럼 화사한 위령제가 되기 위해 동참하길 바랍니다. 구천에 헤매는 원혼들도 영원한 안식처 평화의 성지에 왕림할 것입니다. 영령들이여! 평화의 재단에 오셔서 편히 영면하소서.

<김두연·제주4·3사건희생자 상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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