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사과·평화공원 조성 "성과"

‘제주4·3’의 실체는 지난해 10월15일 정부가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를 채택하면서 비로소 세상 밖으로 드러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암울했던 군사독재정권 아래에서도 진상규명 운동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반세기 만에야 비로소 권력자의 역사에서 민중의 역사로 바뀌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그러면서 4·3중앙위원회는 정부가 해결해야할 7가지 과제를 더 부여했다. 때문에 진정한 의미에서의 명예회복과 진상규명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해야 더 옳은지 모른다.

4·3위원회가 정부가 권고한 7개 건의사항은 제주도민과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를 비롯해 △추모기념일 지정 △평화·인권 교육자료 활용 △4·3평화공원 조성 적극 지원 △유가족에 대한 실질적인 생계비 지원 △집단매장지 및 유적지 발굴사업 지원 △진상규명 및 기념사업 지속지원 등이다.

지금까지 완료형은 지난해 진상보고서 채택 보름 뒤인 10월31일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를 방문,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사과를 한 것이 유일하다.

나머지 6개 건의사항은 현재 진행형이거나 장기 과제로 미뤄진 상태다.

그래도 이중 4·3평화공원 조성사업은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는 편이다. 제주시 봉개동 12만평에 조성중인 평화공원은 현재 위령제단과 위령탑 추념광장 등 1단계 사업이 마무리됐다. 올해 56주기 합동위령제는 이곳에서 봉행된다.

2008년에 완공될 평화공원 조성사업이 차질 없이 완료되려면 앞으로도 수많은 국고예산이 필요, 중앙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예산지원은 필수적이다.

후세들에 대한 ‘4·3역사교육’도 서서히 본 궤도에 오르고 있다. 교육당국이 검·인정 교과서를 개정키로 했고, 제주도교육청도 4·3사건교육자료집 「아픔을 딛고 선 제주」를 자체 개발, 보급했다.

여기에 발맞춰 정부부처나 산하기관 등에 산재한 ‘4·3폭동, 폭도’등의 왜곡된 역사기록에 대한 실태조사와 개선작업도 빛을 발하고 있다.

방치되다시피 해 훼손위기에 처한 유적지에 대한 기초작업도 본격 추진되고 있다. 4·3연구소는 지난해 4·3유적지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여 제주시·북군에서만 401곳을 확인했다.

다랑쉬굴 등 9곳에 대해 심층조사와 함께 긴급한 보전대책을 마련해 주도록 건의했다. 보전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지 않으면 유적지 훼손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4·3추모기념일 지정과 유가족 생계비지원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지난달 9일 열린 4·3위원회 9차 전체회의에서 유사사건이 잇따를 것을 우려, 장기 검토과제로 남겨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주 땅 좁은 곳의 불행한 역사에 머무는 게 아닌 국가권력의 개입으로 인한 대규모 인명학살이었다는 점과 비극적 역사의 재발방지 차원에서 기념일지정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유가족 생계비 지원문제는 4·3특별법에 특례규정을 신설하거나 별도의 지원기금 조성 등을 통해 지원하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004년 4월, 지난해 10월 보고서 채택과 대통령 사과가 있은 지 5개월이 조금 지났을 뿐이다. 4·3의 진정한 해결을 위한 여정은 아직도 길고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7개 건의사항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는 정부의 실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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