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대 총선일이 일주일앞으로 다가왔다. 정치판이 새로운 '금뱃지'를 탄생시키려고 고개를 쳐든채 온통 격앙되고 흥분된 모습들로 가득하다. 선거게임의 중심에 서있는 각 후보팀들 역시 유권자들한테 "한표를 부탁한다"며 연일 아우성이다.

선거운동이 공식적으로 이뤄진지는 열흘도 안된다. 법으로 15일동안의 운동기간을 정해놓고있으니 이제 절반을 넘어선셈인데 후보팀들은 벌써 지쳐있는것 같다. 선거준비라는 명목의 이른바 '물밑접촉'에 에너지를 서둘러 소비해온 결과로 여겨진다.

그렇다고 유권자들이 선거게임에 들떠있는것같지는않다. 후보를 비롯한 측근들의 선거분위기는 달아오를만큼 올라있다. 또 주변에 상당수의 응원군을 포진시켜 '표싸움'을 벌이는중이다. 하지만 특정후보쪽으로 기울어지지않은채 '관중'으로 남은 사람들이 수두룩한것으로 분석되고있다.

부동표가 적지않은데는 이유가 있기마련이다. 여태까지 대충 넘겨졌던 후보들의 납세실적및 병역상황이 투명하게 공개돼 유권자들의 심판대위에 올려져 많이 생각하게 만들고있다. 시민단체들이 낙천및 낙선운동을 통해 노출시킨 갖가지 부적격사유도 가세한것으로 여겨진다.

여기서 그치는게 아니다. 이번 총선의 달라지는 선거양상은 마침내 후보들의 전과공개로까지 이어지고있다. 납세와 병역, 다시 전과공개가 합쳐져 후보들의 도덕성은 단계적으로 검증받을수밖에 없게됐다. 뭔가 의문사항을 불러일으킨 후보들은 이를 해명하는데 엄청 공들여야하는 실정이다.

총선정국의 쟁점은 전과문제로 옮겨붙을 가능성이 크다. 출마자의 15%정도가 금고이상의 전과기록를 갖고있는것으로 알려지고있다. 이가운데는 민중화운동에서 빚어진 전과기록부터 사기등의 파렴치한 범죄마저 섞여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엄청난 파장도 예상되고있다.

'순수관중'으로 서있는 유권자들도 입맛에 맛는 후보를 서서히 골라야할때다. 이전 선거과정에서 접하지못했던 후보개인자료를 소화하는게 어쩌면 부담스럽고 곤혹스러울지도 모른다. 서로가 닮은꼴이라며 선택을 외면해서도 안된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고르는게 유권자된 도리가 아닐수없다. 이렇게라도 하는것이 우리의 잘못된 정치현실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킬수있는 길이다. 여기에는 냉정한 판단이 무엇보다 우선돼야한다.<백승훈·서귀포지사장 겸 편집부국장><<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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