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초기에 많은 임산부들이 임신을 실감하고 고생하는 것이 입덧이다. 심한 경우 다시는 임신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거나 임신 중절수술을 원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입덧은 괴로운 생리현상 중 하나이다. 입덧은 보통 임신초인 4∼8주에 시작해 14주 정도가 지나면 자연적으로 없어지게 되지만 간혹 임신 말기까지도 지속돼 고생하는 경우도 있다. 입덧증상은 사람에 따라 약간씩 다르지만 메스꺼움·구토·속쓰림·식욕감소 등이 가장 흔하다. 흔히 임신을 하면 새콤한 것을 먹고 싶다고 하는데 이 역시 가벼운 입덧증상 중의 하나이다.

입덧은 대체적으로 성격이 예민하거나 평소에 소화기에 병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아주 심하지 않은 입덧은 임신 초기의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오히려 기형아 발생률을 줄인다는 연구결과도 있으므로 지나치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구토가 심해져 물조차 마실 수 없을 정도가 된다면 큰 문제로 작용한다.

한의학에서 입덧의 치료는 흔히 구토물의 상태와 환자의 입의 감각에 따라 크게 허증·기증·담증·열증 네 분류로 구분해 치료한다. 시고 맑은 물을 토하면서 기력이 없으면 허증, 시거나 쓴 물을 토하고 가슴이 답답하고 입이 써서 아무 것도 먹기 싫어지면 기증, 계속 타액을 토하고 구토가 격렬하며 숨을 몰아쉬면 담증, 피를 토하고 갈증이 나거나 변비가 생기면 열증으로 판단한다. 한약재 중 주로 반하·복룡간·생강·귤피·죽여·백복령·인삼·백출·사인·황금 등이 사용되며 일반적으로 보생탕·육군자탕 등을 가미해 사용한다.

생활 속에서 입덧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는 비스듬하게 눕는 습관을 들이고 음식은 조금씩 자주 먹어 위장이 비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또한 향기가 싫거나 강한 냄새는 피하고, 너무 차갑거나 뜨거운 음식도 삼가는 것이 좋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남편이나 친한 사람들과 산책을 하거나 대화를 하면서 마음의 긴장을 풀고 혹시나 입덧 때문에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나 상상을 하지 않는 것이다. 따뜻한 차 한잔은 마음을 편하게 하고 입덧을 가볍게 해줄 수 있는데 오미자차나 모과차, 보리차가 도움을 줄 수 있다.

<황학수·한방의·제민일보 한방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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