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정상회의 유치를 위해 달려왔던 탓일까. 개최지 결정 발표가 난후 제주도 여기저기서 APEC 탈락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다.

둘 이상만 모이면 APEC을 화두로 꺼내는 것은 물론 ‘도세가 약해서’ ‘정치적 입김때문에’하며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 흔한 ‘누구 탓’은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열심히 했는데 아쉽다”는 말로 서로를 위로하는 모습은 APEC을 통해 얻은 값진 선물이다.

하지만 총선 기간 동안 ‘APEC’을 놓고 입씨름을 벌였던 이른바 정치 그룹의 입장은 조금 다른 듯 하다.

도민 모두가 ‘선정 결과를 투명히 공개해야만 수긍할 수 있다’고 한 목소리를 내는 것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듯하다.

성명이나 논평 얘기가 아니다. 심지어 ‘부산 개최’가 아니라 ‘분산 개최’라는 말로, 최근의 유행어처럼 도민들을 ‘두번 죽이는 일’도 마다하지 않고 있어서 하는 말이다.

도민들이 원하는 것은 각료회담같은 ‘달랠 거리’가 아니다. ‘누구 덕’이란 공치사를 먼저 준비해놓은 탓에 도민의 뜻 보다 지금의 ‘입장’에 충실하는 모습을 보겠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좋았던 기억은 잊혀질 수도 있지만 작은 흠집이나 상처는 어설픈 문신처럼 후유증이 깊은 법이다.

정치적 입장 보다는 도민과의 첫 약속을 더 기억해 주길 바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일까.

<고 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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