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이 일본에 사는 동포들의 가슴에 통일을 염원하는 중심화두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제주민예총 공연단은 지난 4월 24일 도쿄에서, 27일에는 제주출신 동포들이 많이 거주하는 오사카에서 제주4·3, 그 희망의 시작 이라는 주제의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도쿄의 닛포리 사니홀과 오사카의 모리노미아 삐로티홀에 모인 재일동포 관객 2천여명은 제주4·3의 비극을 형상화한 판굿이 공연되는 내내, 4·3의 상흔과 일본 땅에서의 설움을 기억해내며 흐르는 눈물을 닦기에 여념이 없었다.

작품의 공간적 배경인 제주도를 영상과 음악으로 표현하면서 시작된 공연은, 제주굿의 절차 중 하나인 연유를 풀어내는 연유닦음 마당으로 이어져 시와 음악, 영상, 춤, 등 다양한 장르를 결합시켜 표현했다. 이어서 4·3의 아픔을 간직한 영혼을 불러내어 영계울림으로 아픔을 토로하게 하는 장면에서는 객석 전체가 눈물에 젖었다. 원래는 심방이 그 역할을 대신하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배우의 연기로 무자비한 역사 속에 사라져간 죽은 자와 통한의 세월을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리고 4·3진상규명운동의 일정한 결과물인 노무현 대통령의 4·3에 대한 공식사과의 모습이 영상으로 보여질 때엔 공연 중임에도 불구하고 박수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마지막 마당인 해원굿판에서는 진도 씻김굿의 한 형식인 베가르기와 제주굿의 질치기를 혼합하여 영혼들을 저승상마을로 보내는 의식을 표현했다.

특히 공연 중 인정을 거는 장면에서는 동포들이 10분 이상 줄을 서서, 4·3 때 죽어간 부모형제와 이웃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또 도쿄 공연에서는 공연과 같은 시간에 북한과 일본의 여자축구 경기가 열려 관객동원을 염려했으나, 1200석 이상의 객석을 꽉 채워 현지 기획자를 안도하게 했다.

이번 공연을 주최한 제주도4·3사건 56주년사업 실행위원회 는 민단과 총련의 지도부가 공동으로 구성하여 제주4·3을 매개로 작은 통일 을 이루려 애썼고, 동경과 대판공연을 통해 어느 정도 그 뜻을 이룬 것에 커다란 의미를 두고 있었다. 특히 오사까 공연은 민단과 총련이 공동으로 준비한 최초의 사업이어서, 동포 누구나 할 것 없이 그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번 공연을 준비한 실행위원회 에는 김석범(작가), 양석일(작가), 오찬익(재일본 제주도민협회장), 양명원(재일본 조선인동경상공회이사장), 이대호(민단 동경지단장), 문경수(입명관대 교수), 고이삼(신간사 대표), 조동현(4·3을 생각하는 모임 공동대표), 강제언(역사학자), 김시종(시인), 현월(작가), 강실(재일본 4·3유족회장), 박국남(재일본 관서제주도민협회장), 양중렬(총련 대판생야부위원장), 부충보(민단 대판생야부지단장), 김성원(4·3을 생각하는 모임 공동대표), 오광현(재일 문화운동가) 등이 참여하여, 민단과 총련의 화합을 과시했다.

또한 공연에 앞서 제주4·3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던 강창일 국회의원당선자와 양조훈 4·3중앙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의 강연이 있었다.

한편 이번 공연단의 단장인 김수열 제주민예총 지회장은 공연중 인정으로 모인 15만엔을, 열차폭발사고로 고통을 겪고 있는 북한동포 구호금으로 기부함으로서, 뒷풀이 자리에 함께 한 민단과 총련 관계자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오승국·제주민예총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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