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관계 드러난 사건도 개정‘관심밖’

제주4·3사건을 왜곡 기록한 각종 기록물들이 수정·보완되고 있지만 제주경찰만은 아직도 ‘좌익폭동’이라는 시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1990년 발간된 「제주경찰사」. 4·3사건 개설에서부터 좌익세력의 발호, 4·3폭동사건 등을 70쪽에 걸쳐 자세히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제주4·3사건을 “남로당의 지령을 받은 좌익분자들의 만행에 의해 저질러진 피비린내 나는 폭동사건”이라고 적고 있다.

또 “좌익의 입장에서 저술한 4·3에 관한 자료가 일부 도민들에게 잘못 조명되고 있는 것은 시정돼야 한다”고 기술, 과거 역사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까지 깎아 내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데올로기 문제를 떠나 이미 사실관계가 명백히 왜곡된 것으로 드러난 사건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개정 움직임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실례로 평화협상이 파기된 계기가 된 오라리 방화사건에 대해 제주경찰사와 지난해 채택된 4·3보고서는 ‘좌익 무장대 방화’,‘우익청년단 소행’등 정반대의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

제주경찰은 지난 2000년 수정판을 발간 과정에서도 ‘좌익폭동’시각을 유지하려다 4·3관련 단체와 도민들의 반발로 발간이 무산된 바 있다.

경찰은 당시 배포된 책을 모두 수거했다고 밝혔지만 일부는 아직까지 폐기 처분되지 않고 보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초판도 경찰관서에만 보관되고 있다는 경찰의 주장 역시 지성의 전당인 대학 도서관에 비치된 사실이 확인돼 개정의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정부 내에서도 ‘우파’가 득세하는 국방부조차 4·3기록물 수정에 적극 나서는 상황과 비교할 때 제주경찰의 전향적 자세 변화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부의 보고서 채택으로 제주경찰사 개정작업이 뒤따르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수립된 추진계획은 없다. <좌용철 기자>

「기억 투쟁과 문화운동의 전개」

제주‘4·3’광주‘5·18’공동학술연구 첫 결실

제주4·3과 광주 5·18항쟁에 대한 공동학술연구가 첫 결실을 맺었다.

전남대 5·18연구소와 제주4·3연구소가 지난해부터 추진한 공동학술연구의 성과물이 책으로 편찬됐다. 이번에 발간된 ‘기억 투쟁과 문화운동의 전개(역사비평사·나간채 정근식 강창일 외 공저)’에는 ‘기억투쟁과 4·3 위령의례(강창일·현혜경)’를 비롯해 ‘문화운동의 전개과정’을 주제로 14개의 연구내용이 실려있다.

공동연구 1차 년도 성과물로 제출된 이번 책자에는 4·3운동과 5·18 운동 과정에서 펼쳐졌던 영상, 극, 음악, 미술, 문학 등 문화운동 각 분야에 대한 현황과 과제 등을 분석했다.

3년간의 공동연구는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진행되며 두 운동에 대한 비교연구와 이론화 작업도 추진된다. 제주에서는 강창일 권귀숙 김동윤 박경훈 박찬식 현혜경씨 등이 연구에 참여했다.

공동연구진들은 그동안 제주와 광주를 오가며 연구를 진행했고 지난해 5월에는 광주에서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오는 7월 제주에서 학술회의를 열 예정이다.

나간채 전남대 사회학장은 “앞으로 연구는 증언이나 의례와 함께 각 장르별 주요 텍스트나 작품들이 심층적으로 분석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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