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재·보선 표밭에 후보들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예상외의 풍작이다. 아직 시퍼렇게 설익은 미숙과가 있는가하면 물렁하게 너무 익어버린 성숙과도 눈에 띈다. 또 싱싱하게 영글어가는 우량과도 보인다. 과연 어느 것을 따서 출하해야 제값을 받을 수 있을까. 그것은 우리 유권자의 몫이다.

이렇듯 6·5 재·보선의 걱정은 과잉생산에서 출발한다. 홍수출하로 인한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선과를 철저히 해야되는 결정적 이유이다. 그것 또한 유권자의 임무이다.

이번 도지사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예비후보는 두손으로 다 꼽을 수 없을 정도이다. 여당에만 무려 6명이 공천신청을 했다가 2명은 예선탈락 했다. 여기에다 야당과 무소속 후보들도 나서고 있어 도지사후보는 전에없는 대풍을 기록하고 있다. 참으로 가관이다.

제주시장 선거는 더욱 볼만하다. 역시 집권여당에만 8명이나 공천신청을 했다. “나라고 못할게 뭐냐”는 태세들이다. 도전장을 던지지 못한 사람이 오히려 팔불출로 몰릴 판이다. 순박하다는 제주사람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당당해졌는지 놀랍다. 그렇다고 지역발전을 위해 봉사해보겠다는 사람들을 나무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상식과 원칙이란게 있다. 아무래도 이건 상식밖이다. 선거판도가 달라졌다고 해서 이렇게 ‘밑져야 본전’식으로 줄서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공직을 껴안은채 경선을 신청한 현역의원만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아무리 돈안드는 ‘공짜선거’라고 해도, 또 비록 떨어져도 더 이상 잃을게 없다고 해도 무작정 덤벼드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그로 인해 자신의 이름이 업그레이드된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도전하는 자라고 해서 모두 쟁취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자유경선은 참여자가 많아야 제도의 활성화나 발전을 꾀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후보들의 자질이다. 정작 능력도 없으면서 한줌도 안되는 권력을 탐하는 것은 도민들을 우습게 보는 처사다. 도민들을 짜증나고 피곤하게 할뿐이다. 동네반장 선거도 이러지 않는다. 도백과 시장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 지방 살림살이를 잘 꾸려서 도민들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여기서 자치단체장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새삼스런 일이다. 그러나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요건은 많다. 무엇보다 지역여론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판단하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정책결정과 수행 능력은 많을수록 좋다. 투철한 지역의식과 통합관리 리더십도 필수적 덕목의 하나이다. 정신·사상적 건강은 물론 도덕적 건강도 뒷받침돼야 한다. 도민을 주인으로 받들고 희생과 봉사를 마다 않는 공복이라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출마자들은 자신을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다시 한번 주제파악을 철저히 해서 진퇴를 결정해야 한다. 모두들 자기만 잘났다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유권자가 평가할 일이다. 일찍이 제갈량은 삼고초려 끝에야 출사하지 않았던가. 후보들의 자기통찰과 자중을 촉구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최소한의 염치는 있어야 한다. 망둥이가 뛰니까 꼴뚜기 뛰는 꼴이 돼서는 결코 안된다. 출마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진성범·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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