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대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나를 더 힘들게 한다.버스를 타려고 해도 내가 있는 곳을 지나 차를 세운다. 내가 차에 타서 자리를 잡기 전에 차가 출발해 버리는 경우도 많다.차를 타려고 하면 “오늘 손님 다 태웠네”라며 투덜대는 아저씨,빈 차인데도 그냥 지나치는 경우도 있다.그럴 때면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다”

 한 장애 학생의 글이다.굳이 이 글을 들먹이지 않아도 우리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그들은 집안으로 숨게 만든다.

 특히 장애를 지니고 사는 당사자나 가족들에게는 주위에서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평생을 따라다니는 아픔으로 남는다.

 12일 일도2동 장애인지원협의회(회장 한상택)가 일도2동사무소(동장 김성홍)와 함께 마련한 ‘장애인과 함께 하는 나들이 체험행사’는 이런 우리의 인식을 바로 잡아주는 작은 시도중 하나다.

 정석항공관과 절물휴양림을 돌아보는 짧은 코스이기는 하지만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이나 참가하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마지못해 한다’는 무성의나 동정 따위를 찾아볼 수 없다.

 장애인지원협의회가 만들어진 것은 지난 1998년 12월.일도2동 특수시책사업으로 추진되던 장애인 관련 사업을 위해 민간인 중심의 협의회가 발족됐다.

 당시 17명의 협의회 회원들이 맨 처음 한 활동은 제주도 장애인 복지회관 견학.장애인들의 현실을 바로 알고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였다.견학후 병·의원을 중심으로 한 무료복지서비스업체를 선정했고 장애인 가족과의 만남의 날 행사 등을 운영했다.

 무엇보다도 시민수화교실과 ‘장애인 먼저’운동 실천 캠페인,재활지도자·가정봉사원 교육 참여 등으로 장애인들과 눈높이를 맞추는데 애를 썼다.

 그런 노력때문인가.처음에는 ‘전시성 행사 아니냐’ ‘반짝 관심 이려니’하는 생각으로 이들의 관심을 부담스러워 하고 피했던 장애인들도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처음에는 일일이 찾아다니며 참가 요청을 했었지만 이제는 먼저 전화를 해 “사정이 있어 참가를 못하게 됐다.미안하다.다음에는 꼭 참가하겠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길을 가다가 눈이 마주치면 서로 안부를 묻고 마을체육대회에서 참가하는데도 머뭇거리지 않는다.

 한상택 회장은 “‘장애인 한 사람이 행복해지면, 주변의 열 사람이 행복해진다’는 말이 있듯이 활동을 위해 조금씩 돈을 내면서도,다리품·손품을 팔아도 모두 열심히 활동한다”며 “앞으로 관내 초등학생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을 운영,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데 노력할 계획이다”고 말했다.<고 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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