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주변에서 흔하게 볼수있는 사고가운데 하나로 교통사고다.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닌데도 우리가 보이는 반응은 그저그렇다. 자동차수가 그리 많지않은 80년대만해도 교통사고는 비록 사망사고가아니라도 비중있게 받아들였지만 이제는 면역이 생긴탓인지 사망사고소식마저 대수롭게않게 넘길정도다.

교통사고가 증가하는것은 어쩌면 당연한것 같기도하다. 하루가 멀다하고 차량은 늘어나는 반면 교통환경은 따라주지못하는 실정만 놓고보면 가능한 계산이다. 그런데 우리보다 차량이 7배이상되는 일본의 사망사고가 우리와 비슷하다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지울수가없다.

최근 경찰청은 99년도 교통사고통계를 발표했다. 27만6천건에 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재작년에 비해 15.1%가 증가한것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역시 9천3백여명으로 3.3%가 늘어났고 부상자도 40만2천9백명을 웃돌면서 18.3%가 불어난것으로 나타나 씁쓸하다.

99통계수치는 우리나라가 여전히 교통사고왕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상황이 나아진것도 있다. 지속적인 단속탓인지 음주운전사고가 줄어들었다. 부상자가 많아진게 안타깝지만 어린이교통사고 건수및 사망자가 감소한것도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악질적 교통범죄에 속하는 뺑소니사고가 아직도 판치고있다. 전년보다 줄었다지만 2만1천건이 발생, 전체사고의 7.8%을 차지하는 셈이다. 이로인한 사망자도 6백60명을 웃돈다. 이유야 어떻든 우리사회의 양심불량을 심각하게 엿볼수있게한다.

뺑소니사고는 단순한 교통사고에 머물지않는다. 불리한 사정에서 자신만 벗어날 궁리속에 자칫 사람목숨마저 팽개치는 일이라고볼때 그야말로 파렴치한 범죄가아닐수없다. 뺑소니범을 무겁게 처벌하는 '가중처벌조항'을 만들고놓고있는것이나 사법당국이 뺑소니사건 수사전담반을 가동하는것은 이런 까닭이다.

우리지역에서도 뺑소니범이 잇달은다는 소식이 들린다. 심지어 공직자가 사고를 내고 뺑소니를 쳤고 주변인물들이 사고를 은폐하려다 들통난 경우도있다. 어찌할바를 모를때 도망가는게 상책이라는 용병술이 있고 우리사회에서 입버릇처럼 맴돌고있긴하다. 아무리 좋은 계략도 써먹을 곳이 있는법이지 '삼십육계 줄행랑'은 최악의 수일 수도있다.<백승훈·서귀포지사장 겸 편집부국장>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