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에 때아닌 봄바람이 불고 있다. 법원에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월 교육감 불법선거와 관련된 수많은 교원 등이 아직도 서슬퍼런 법망에 묶여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불법선거와 관련된 교육계 파문은 일단 가라앉은 것처럼 보인다. 5개월이란 시간이 흘렀으니 그럴만도 하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아직도 상당수 관련자들이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후보자 모두가 1심에서 의외의 실형을 받고 항소심을 기다리고 있다. 다른 연루교원들도 비슷한 처지이다. 치욕과 불안감으로 여전히 뜬눈으로 밤을 지새고 있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교육감 불법선거 수사는 가히 기록적이다. 무려 400여명이 조사를 받았고 이중 120명 가량이 사법처리 됐다. 구속자만도 43명에 이른다. 아마도 4·3사건 이후 처음 있는 일일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13일 제12대 교육감이 선출됐지만 여전히 제주교육의 갈등은 쉬 봉합되지 않고 있다. 그 상처의 골이 너무 깊은데다 아직도 법의 심판이 종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 법원에는 학부모단체 회원과 학교운영위원들의 탄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 내용은 한결같다. “지난 과오를 말끔히 씻고 다시 교육현장에서 뜨거운 열정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법에도 눈물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특히 양성언 교육감의 탄원은 절박하고도 처절한 심경을 담고 있다. 이같은 교육감명의의 탄원은 극히 이례적이고 파격적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양 교육감은 탄원서에서 “신임 교육감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실추된 제주교육의 신뢰를 회복하고 분열된 교단을 화합으로 이끄는 일”이라고 전제, 그들에게 아픈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그렇게 해준다면 교육가족들도 무거운 짐을 덜어 21세기 지식정보사회를 이끌어갈 인재양성에 진력해 국가발전을 위한 교육의 기틀을 바로 세우는 것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이같은 탄원이 약발을 받았는지 4명의 후보자들은 지난 10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하지만 양 교육감은 그후에도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들과 가족 등의 고통을 이해하고 도민통합 차원에서 교단복귀나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기를 바란다”며 제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렇게 교육감 불법선거 사건은 제주교육계에 엄청난 시련과 아픔을 안겨줬지만 선거문화에 새로운 경종을 울려주기도 했다. 그 결과 지난 5월의 교육감 보궐선거는 비교적 공명하게 치러짐으로써 실추된 명예를 어느 정도 회복하게 됐다. 제주교육계가 오늘의 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거듭나려는 자정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그동안 벼랑 끝에 섰던 제주교육도 나름대로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또 교육가족들도 고통을 겪으면서 아픔만큼 더욱 성숙해졌을 것이다. 이제는 교단의 신뢰회복과 화합을 위해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쏟아야할 때이다. 교육은 누가 뭐래도 우리 아이들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제주교육이란 거목이 쑥쑥 자랄 수 있도록 썩은 가지를 잘라내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밑동까지 완전히 도려내서는 안될 것이다.

<진성범·주필>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