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에 한번이라도 출전해본 사람이라면 달리기가 건강에 좋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 어떤 사람은 마라톤이 섹스와 비슷해서 좋다고 한다. 하고 나면 땀이 나고 진이 빠지고 최고의 희열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마라톤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부감을 보인다. 거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대표적인 게 힘들다는 것이다. 혼자서 달리는 것도 견디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뭔가 속박을 받는 듯한 느낌이 싫은 것이다. 텔레비전도 선수들의 힘든 모습만을 집중 방영한다.

마라톤을 좋아하는 한 소설가가 쓴 글을 보면 한국사람이 달리기를 싫어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전투 구보와 군대 체육에 가까운 우리나라 학교 체육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정해진 시간 안에 달리기를 시켜 성적을 매기다보니 어릴 때부터 달리기는 힘든 운동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말이다. 마라톤이 건강에 좋다는 것보다 고역이라는 생각을 더 가지고 있다.

사실 마라톤을 해보면 그것처럼 즐거운 운동도 없다. 만약 기록에 관계없이 자기의 컨디션이나 페이스에 맞춰 호흡에 무리없이 적당히 뛴다면 어떤 운동에서도 맛볼 수 없는 상큼함을 만끽할 수 있다. 옆에 동반자가 있다면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뛰어도 좋을 것이다. 그럴 경우 “오늘은 몇 킬로를 뛰겠다”는 것보다 “오늘은 몇 분 뛰겠다”는 생각으로 달려야 한다. 그래야 부담이 없다.

새벽에 뛰는 달리기에서는 그날 하루의 계획을 세울 수 있어서 좋고, 저녁에 뛰는 달리기에서는 하루를 돌아 볼 수 있어서 좋다. 또 달리기처럼 다이어트가 만점인 운동도 없다. 몸매 때문에 고민이 있는 사람이 한달만 뛰어보라. 축 쳐졌던 아랫 배가 딴딴해지면서 쏙 빠질 것이다.

다음달 4일은 국제시민마라톤대회가 있는 날이다. 자신의 건강을 돌아본다는 생각으로 참가한다면 그것보다 좋은 일은 없다. 달리기는 그렇게 시작해야 한다.

마라톤은 전혀 어려운 운동이 아니다. 거리가 짧으면 어떻고 꼴찌면 어떤가. 어차피 선수가 아니라면 자기 체력대로 달려 기분좋게 완주하는 것이다. 일단 대회 출전을 결심한 사람이라면 정신과 육체적인 면에서 반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달려보자.<김종배·상무이사>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