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환 지사가 오늘로 취임 1개월째를 맞았다. 지난 한달동안 김 지사는 부지런히 뛰어다녔다. 동으로 서로, 그리고 낮으로 밤으로 그야말로 눈코뜰새가 없었다.

의욕이 넘쳐서만은 아니다. 가만히 앉아서는 못 배기는 그의 천성 때문인지 모른다. 그는 제주시장 시절때도 그랬다. 이른 새벽에 택시회사를 방문하는 것은 예사다. 그것도 수행원 없이 혼자 나타나 운전기사들의 애로를 들었다. 그런가하면 이골목 저골목 누비고 다니면서 주민들의 가려운 곳을 살피기도 했다.

또 밤이면 이모임 저모임 쫓아다니며 시민들속으로 파고들었다. 뿐만 아니라 행사장도 ‘밥먹듯’찾아 다녔다. 경조사를 돌아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제주시 관내를 넘고 또 넘어 다른 시군지역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그가 피고인 신분이라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도지사에 당선된 것은 이같은 ‘발품’덕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시 부지런한 공은 하늘도 말리지 못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는 도지사가 된 후에도 거의 비슷한 행보를 하고 있다. 그 효험을 터득해선지 여전히 사람들을 만나는데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그래서 간담회정치에 너무 매달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취임 후 2주동안에만 이틀에 한번꼴로 간담회를 가졌다는 것이다. 서울 출장 등을 제외하면 거의 매일 간담회를 가진 셈이라고 한다.

그에게는 휴일도 없다. 쉬는 날에도 행사장 등 갈데가 많기 때문이다. 동문회 체육대회에 참석하는 것은 기본이다. 동네 축구대회에도, 마을잔치에도 얼굴을 빠지지 않고 내민다고 한다. 정말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이같은 행보로만 보면 그는 아직도 기초단체장의 스타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기초단체는 민원이 많기 때문에 항상 주민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 일선에서 사업을 집행하기 때문에 현장행정이 요구된다.

그러나 광역자치단체는 다르다. 특별자치도를 이끄는 도지사는 ‘남의 집 숟가락 몇 개있는지’를 몰라도 문제가 없다. 구석구석을 살피는 일은 시장 군수에 맡기고 도지사는 보다 큰 것들을 챙겨야 한다. 동네 행사장에는 지사가 아니더라도 참석할 인사들이 많다. 지방의원에서부터 시장 군수 등 줄지어 있다.

그 시간에 도지사는 미국이나 중국 등 해외로 나가야 한다. 그래야 한건의 외자라도 더 유치할 수 있는 것이다. 앉아서 외국투자가들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시절은 지났다. 또 서울로 중앙으로도 자주 뛰어다녀야 한다. 한푼의 예산이라도 더 따오기 위해서는 별수가 없다. 우는 애기에 먼저 젖을 주는 법이다.

그러나 김 지사는 여전히 내치에 더욱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정무부지사를 서울에 상주시킨다는 계획만 봐도 그렇다. 정무부지사가 서울에 머문다면 이곳의 수많은 행사장은 누가 돌아볼 것인가. 결국은 지사가 하겠다는 모양이다. 하지만 지사가 각종 행사와 경조사 등 사적 모임에 지나치게 참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 다른 패거리 정치문화와 파벌을 조장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김영훈 제주시장은 당선직후 내부행정은 부시장이 전담하고 자신은 정책결정과 투자유치 등 대외 세일즈활동에 주력하겠다고 밝혔었다. 김지사야말로 안살림은 두 부지사에 맡기고 밖으로 뛰어야 한다. 더 이상 우물안에서 빙빙 맴돌때가 아니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진성범·주필>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