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덕관'에 소장된 유품들이 다음달 말 소유주에게 반환될 예정이나 대신 전시할 작품이 확보되지 않고 있다.<김기용 기자>


 제주의 의녀 김만덕을 기리는 ‘만덕관’이 아무 유품도 없는 ‘빈 껍데기’로 전락할 우려를 낳고 있다.

 진열유품 소유자의 반환요청에 따라 오는 6월말 반환키로 이미 지난해 말 결정키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빈 공간을 메울 후속조치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당분간 텅 빈 기념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모충사 관리사로 사용하던 초가집을 개조해 지난 1977년 문을 연 만덕관은 말이 기념관이지 제주 의녀를 상징하는 기념관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초라한 실정이다.

 현재 만덕관에는 김만덕 의녀의 영정 외에 조선시대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제주출신 무형문화재 한상수씨 소유의 각종 의류와 민구류 등 180점의 유품이 진열돼 있다.

 하지만 이 유품이 김만덕 의녀가 사용하던 게 아닐뿐더러 그 당시의 것도 아니어서 지금까지 숱한 논란이 제기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만덕관의 명맥을 유지해 온 사료로 일익을 담당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이 마저 사라지게 됐다.

 소유자 한상수씨가 반환을 요구하자 제주시는 지난해 11월 문화재위원 등 관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 유품을 돌려주고,만덕관에는 김만덕 의녀의 선행을 묘사한 그림을 제작·전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유품반환 시한이 40일 앞으로 다가왔으나 아직껏 그림제작을 위한 예산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며,구체적 사업계획도 미협 제주도지회에 제안서 제출만을 요구해 놓고 있을 뿐이다.

 때문에 6월말 유품이 반환되고 나면 만덕관은 제주의녀의 기념관이 아닌 창고로 전락,이곳을 찾는 하루 평균 150명 내외의 관람객들의 웃음거리가 될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제주시 관계자는 “예산은 예비비를 사용키로 한 상태며,미협의 제안서가 제출되는 데로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확정짓겠다”며 “작품 제작이 완료·전시되기 전까지는 유품을 그대로 진열하는 방안을 소유자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이재홍 기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