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지내고 난 후 나타나는 후유증으로 대표적인 것이 설사병이다. 설사는 배변 횟수가 많아지고 묽거나 물과 같은 변을 배출하는 것이다. 설사를 일으키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여름에 특히 많은 이유는 찬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했거나 변질된 음식물, 혹은 한습과 습열이 속에서 막혀 비위의 정상적인 운행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평소에 위장 활동이 약한 사람이 찬 음식, 에어컨이나 선풍기 등 냉기에 많이 노출되면 몸이 차가워져 배탈이 나기 쉽다.

찬 것을 많이 먹어 생기는 설사를 손설(飡泄)이라고 한다. 이때는 장이 냉해져 소화, 흡수되지 않는 음식물이 배앓이와 함께 그대로 빠져 나온다. 상한 음식을 먹었거나 과식했을 때 오는 설사는 식적설(食積泄)이다. 음식만 먹으면 사르르 배가 아파오면서 설사를 하는 것이 특징이다. 위장에 문제가 생겨 나타나는 식적설은 위가 무력해 주무르는 힘이 허약한 것이므로 침을 맞아 체증을 풀어주면 위장 기능이 좋아져 상습적인 설사도 고칠 수 있다.

한편 장마철이나 휴가여행을 다녀온 뒤에 흔하게 생기는 설사병은 보통 물을 갈아 먹어서 나는 병이라고 하지만, 대체로 세균성인 경우가 많으므로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치료를 한다.

날씨가 습해 설사를 할 때는 대추차를 뜨겁게 해서 자주 마시면 설사를 멈출 수 있다. 또 향유차를 마셔도 위와 장을 따뜻하게 해줘 여름철 설사병에 효과적이다.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은 흔히 마라고 하는 산약으로 죽을 쒀 장복하면 아주 좋다. 쌀 200g으로 죽을 끓인 뒤 젖은 마 20g을 잘게 썰어 넣고 다시 끓인다. 마는 기운을 나게 하고 속을 든든하게 해주며 설사 억제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장염 치료제로 많이 쓰인다. 만성설사로 고생하는 어린이에게는 곶감으로 죽을 쑤어 먹이면 좋다. 이같은 방법은 작은 효과를 볼 수 있으나 완전한 치료 방법은 아니다. 심한 설사의 경우 초기에 절식을 하고 수분을 보충한 후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일단 설사가 멎으면 부드러운 음식을 가볍게 먹는데 증상의 회복에 따라 미음, 죽, 밥 순으로 서서히 바꿔 나간다. 찬 음료수나 자극이 강한 향신료는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황학수·한방의·제민일보 한방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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