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가 펴낸 「6·25 전쟁사」가운데 제주 4·3 관련 내용을 잘못 기술한 부분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내용을 분석한 결과 무려 30여 군데가 왜곡됐거나 오류로 나타나 문제는 심각하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4·3사건진상조사보고서를 채택한 뒤에도 정부기관이 이를 무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더구나 국방부장관은 4·3진상조사보고서를 채택한 4·3중앙위원회의 엄연한 위원이었음에도 왜곡·잘못된 내용을 그대로 싣게 했다는 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결국 국방부는 정부가 채택한 내용을 무시하거나 왜곡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전쟁사에서 4·3 관련을 다룬 내용은 28쪽 분량으로, 4·3을 과거에 왜곡됐던‘무장폭동’으로 규정했다. 또 이 책은 군경토벌에 대해 의한 주민희생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을 하지 않는 등 군경의 무차별 강경작전을 정당화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신고된 희생자의 80% 이상이 군경토벌대에 의한 피해라고 규정한 정부의 4·3사건진상보고서와 다른 내용이다. 특히 1949년 선무활동에 의한 하산자의 경우 양민으로 인정되면‘전원 귀향 조치했다’고 왜곡 기술했다. 당시 하산자 대부분은 정상적인 법적 절차도 없이 전국 의 형무소에 수감됐다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군경에 의해 집단 학살되거나 행방불명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3·1사건 등 4·3사건의 배경과 4·28 평화협상 내용을 비롯해, 계엄선포시기, 경찰서 승격 시기, 부대이동 관련 내용 역시 왜곡됐거나 잘못 기술됐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는 「6·25전쟁사」에 명백하게 잘못 기술된 부분을 제대로 바로 잡아야 한다. 또한 정부의 진상보고서를 무시하고 왜곡 편찬한 관계자 등에 대해서도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그러잖아도 역사바로잡기에 앞장서서 모범을 보여야 할 국가기관이 이 같은 잘못을 저질렀다는 건 유감이다.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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