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줄거리·상황만 제시, 배우 즉흥연기로 극 주도

수치심(羞恥心). 사전적으로 풀어보면 ‘부끄러움을 느끼는 마음’이라는 뜻이다. 인간에게 수치심은 무엇일까. 그 수치심은 우리를 어떻게 억압하고 구속하는가.

문화활동가 오 멸씨가 이에 대한 탐구를 디지털영화를 만든다. 90분짜리 장편영화다. 제목은 「물」. 물(水)이 아니라 없을 무(無)자에 자음 ‘ㄹ’을 받쳐 만든 조어다.

감독에게 수치심은 신이 인간에 내린 형벌 중 가장 치욕스러운 것이다. 자신의 내면에 스스로 만드는 수치심은 실체를 알 수 없지만 잔인하게 사람을 짓누르기 때문.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줄거리와 상황만 제시하고 나머지는 배우에게 맡긴다. 수치심이라는 내면을 이끌어내기 위한 방책. 배우들은 대본에 의해서가 아니라 상황에 맞는 즉흥 연기와 대사로 영화를 주도해 나간다. 배우는 때에 따라 감독·배우·작가의 역할까지 소화를 해야 한다. 감독과 배우와 함께 만드는 공동창작품인 셈. 그러면서 영화촬영 내내 ‘우리에게 수치심이란 무엇인가’를 놓지 않고 계속 탐색한다.

오씨는 주연배우가 확정되는 데로 촬영에 들어간다. 주연배우를 제외한 준비는 거의 마친 상태. 이번 영화의 출연배우는 육지에서 환상을 갖고 제주에 온 여성 화가와 현지서 소극장을 운영하는 극장주 단 2명. 오씨는 주연을 맡을 남녀배우를 모집하고 있다. 주연배우는 20대 중반의 나이면 아무나 가능하다. 촬영은 김경석씨가 맡는다.

오씨는 그동안 다큐와 단편영화를 제작, 영화제작에 대한 내공을 쌓아왔다.

오씨가 2001년 테러J의 거리공연을 다큐형식으로 제작한 ‘머리에 꽃을’은 2001년 문화관광부 주최 ‘지역문화의 해’ 관련 영상 공모서 최우수상인 문화관광부장관상을 받았다.

또 2003년에는 극영화로 제작한 ‘머리에 꽃을’은 부산아시아 단편영화제 본선에 진출, 관심을 끌었으며 또 2003년 트멍영화제에서 CI상과 관객상을 수상했다.

영화는 올해 말까지 촬영을 끝내고 편집을 거쳐 내년 1·2월쯤 테러제이 사무실에 마련된 소극장에 첫 상영된다. 문의=018-692-6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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