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엔 함성이 있다. 그 함성은 선수들의 경기력에서 나온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때 함성은 그라운드에 울려퍼진다. 지난 2002 한일월드컵 당시의 함성이 아직도 귓전에 생생하다. 그 때 태극전사들이 보여준 최상의 경기력은 우리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고 기억되고 있다.

월드컵 당시의 함성만큼이나 서귀포시에서 치러지고 있는 제12회 백록기 전국고교축구대회의 경기력은 최상이다.

이번 대회 40개 참가팀 가운데 올해 전국 4강에 오른팀만도 10개에 달한다고 하니 대회 수준을 읽게 된다. 10개팀 가운데는 도내 2개 팀도 끼어 있다. 부산MBC대회를 우승한 서귀포고와 대구문화관광부장관기 4강에 오른 제주일고가 이번 대회 우승후보로 꼽히며 출전했다. 이들은 아쉽게도 4강과 8강문턱에서 좌절을 맛봤지만 제주 고교축구가 전국 정상권에 있음을 보여줬다.

지난 12일 치러진 제주일고와 통영고의 16강전은 내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제주일고가 경기면에서 앞섰으나 골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공격 전방에는 한수빈이, 수비에서는 김명룡이 활약을 펼쳤다. 183㎝ 큰 키의 홍성환도 수비에서 큰 역할을 해줬다. 전반을 0-1로 뒤진 제주일고는 후반들어 경기력에서 통영고를 압도했다. 그라운드에서 함성이 울릴만도 했다. 사실 후반전은 제주일고가 7대3으로 우세를 보였다. 그러나 한수빈과 윤숭훈의 슛은 상대 골키퍼의 가슴에 안겨주거나 골키퍼의 손에 걸리며 골망으로 빨려들지 못했다. 발동이 좀 더 빨리 걸렸더라면 경기는 뒤집어졌을 것이다. 전반전에서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지 못한 것도 아쉽다.

홈팀인 서귀포고는 2년 연속 8강에 올랐으나 사상 첫 4강 진출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다크호스’로 지목된 보인정산고의 벽에 막혔다. 당초 서귀포고가 보인정산고를 이기고 4강에 오를 것으로 낙관했었다. 올해 한 차례 경기를 치른 결과 2-1 승리를 거둔 적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13일 8강전은 그렇지 못했다. 수비에서 많은 허점을 노출했다. 선취점을 얻고도 이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한 데는 수비의 집중력 부족이었다. 선수들이 더 열심히 뛰어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1대1 동점상황에서 만들어낸 김동찬의 헤딩골은 칭찬할 만하다. 김동찬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하는 플레이를 펼치는 점이 장점이다. 168㎝의 단신임에도 키 큰 수비수 사이에서 헤딩골을 만든다는 점은 위치 선정이 뛰어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제 제주축구는 두려움의 대상이 됐다. 예전의 만만한 상대는 결코 아니다. 거기엔 백록기의 공로를 빼놓을 수 없다. 도내팀들은 백록기를 통해 전국의 강호들과 경쟁을 벌이면서 축구실력을 키워왔다.

또한 이번 백록기가 서귀포에서 열린 점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고맙다. 내일이면 전국 최초로 월드컵경기장에서 고교축구 야간경기가 펼쳐진다.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대회로 거듭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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