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는 살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에 자리를 튼다.어쩌다 잘못 들어선 자리면 자세를 고치며 그곳에서 적응해 살아간다.말하자면 진화 해가는 것이다.적응치 못하는 종은 곧 토태돼 버린다.지구가 빙하기를 거치며 지금은 화석으로만 남아있는 공룡은 도태된 대표적인 종에 속한다.같은 종이라도 자리를 잡은 곳에 따라 크기와 성질이 다르다.적응한 주변환경은 곧 자기에게 맞춰진 풍토인 셈이다.풍토에 맞춰 살아가며 개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세계화는 이들의 이동을 부추긴다.가령 곡물류의 수입으로 묻어오는 잡초씨앗이 엉뚱한 곳에서 발아해 자라난다.우리주변에 지금은 지천으로 분포한 ‘개민들레’도 그런 것이다.새로운 풍토에 적응하는 것들은 원래의 자생종과 생존다툼을 벌인다.제가 살아 남기위해 주변의 자생종의 생육을 방해하기도 한다.한마디로 독한 놈들만 살아남는 것이다.인위적으로 수입해온 부루길과 같은 어종은 주변의 토착어종을 잡아먹고 자란다.황소개구리도 마찬가지인 예다.이들의 출현으로 기존의 토착 먹이사슬을 뒤흔들어 버렸다.생태계 변화를 자초했다며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놀라운 적응력이다.

우리사회에 만연한 사기꾼들의 적응력은 가히 세계적이다.구권을 신권으로 바꾸려 한다고 속여 남의 돈을 가로챈 희대의 사기극이 먹혀든다.화폐가 바뀐 것도 아니다.그대로 통용되는 화폐를 뭣하러 웃돈까지 주며 바꾸려나 할 것이다.하지만 숨겨놓은 ‘덩어리 돈’이 있다는 신뢰감을 심어주면 경계를 늦추어 버린다.뿐만 아니다.기관원을 사칭해 잘 봐준다며 금품을 뜯어내는 사기수법은 이루다 예를 들 필요조차 없다.처음에 좀 잃어 주고 나중에 빚만 지게 만드는 사기도박까지도 판을 친다.사기도 가지가지인 것이다.

사기는 남을 속여 경제적 이득을 보는 행위다.이런 사기행각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그것을 수용하는 사회풍토에 연유한다.거짓말 하는 사람이 진짜신분이라면 해결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가 알게 모르게 우리사회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속이려는 의도와 뒷거래를 해서라도 이익을 얻어 보려는 심리가 사기극을 완성하는 셈이다.건전한 사회질서를 파괴하는 일이다.왕성한 사기범의 적응력을 뿌리뽑을 열쇠는 건전한 사회풍토가 아닐까.<고순형·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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