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제주시장이 내일모레로 타향살이 두달째를 맞는다. 그동안 그는 낯설고 물선 행정기관에서 기자출신답게 부지런히 발로 뛰어다녔다. 그런데도 제주시청은 여전히 뜨지 못하고 있다.

김시장은 기자출신중 가장 성공한 정치인이다. 또 지방의원중 처음으로 자치단체장에 당선돼 화제를 뿌렸다. 그것도 피말리는 접전 끝에 박빙의 승리를 거둬 더욱 관심을 모았다. 그래선지 그의 취임은 내외의 커다란 기대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우선 그의 신임포부 부터가 종래와는 달랐다. “행정은 부시장에 맡기고 민자유치를 위해 밖으로 뛰겠다”고 했다. 또 그의 공약에는 관료출신에서 볼수 없는 대범함이 묻어 나왔다. 공약이행 예산만 무려 3조1407억원에 이를 정도이다. 실현성이 문제지만 역시 정치인다운 스케일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제주시는 아직도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분위기도 어수선하고 시끄럽다. 특히 경제분야는 더욱 불안하다. 미분양 아파트가 크게 늘어 언제 연쇄부도가 터질지 모를 지경이다. 그런데도 제주시는 속수무책이다. 주택정책 시행착오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도지지 않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시정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언론의 비판기사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제주민속관광타운은 연일 쏟아지는 속보로 휘청거리고 있다. 뒤늦게 제주시가 각종 잡음에 대해 전면적인 점검에 나섰지만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있다.

언론의 비판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관광개발사업 표류, 농심 타는데 행정은 뒷짐, 가로수 관리 주먹구구 등 기억나는 기사만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또 체납세관리 구멍, 불황에 허덕이는 재래시장, 난개발 방치 등 제목만 옮겨놓기도 지면이 모자랄 정도다. 아무래도 제주시청의 나사가 풀려도 많이 풀린 것 같다. 그러지 않고서야 매일 이렇게 동네북처럼 얻어맞을 수 있는가.

그런데도 담당공무원들은 끄떡하지 않는다. 누구하나 다그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김시장도 욕하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 사람이 마냥 좋아서일까. 아니면 행정을 잘 모르기 때문일까. 그래서 요즘 제주시 공무원들은 살판났다고들 한다. 결재가 까다롭고, 또 기사에 과민반응을 보였던 종전과는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사실 김시장은 아직 이렇다할 카리스마를 보여주지 못하고있다. 내세울 캐릭터도 없다. 그래서 조직장악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는 지금까지 그가 걸어온 길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기자와 도의원을 거치면서 비판과 감시, 견제 등으로만 잔뼈가 굵었기 때문이다. 직접 업무를 챙기고 추진하는데는 생소한 편이다.

김시장도 귀가 있는터라 그런 여론을 모를 리가 없다. 그래서 그는 얼마전 기자실을 찾아 “아무리 일을 잘 하더라도 홍보가 되지 않으면 인정을 받지 못한다. 앞으로 매주 월요일에는 기자간담회를 가질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지금 제주시청이 뜨지 못하고 있는 것은 홍보미흡 때문이 아니다. 머리와 손발이 따로 노는데 문제가 있다. 그래서 김시장도‘10월 대폭적인 물갈이 인사’를 경고하고 있지만 여전히 제각각이다. 좋게 생각하면 경직된 관료사회의 커다란 변화과정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관료조직은 자율적으로 통솔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탁월한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진성범·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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