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때 육지형무소로 끌려갔다가 한국전쟁 발발직후 국군에 의해 집단학살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눈물의 위령제’가 사건발생 50년만에 처음으로 열렸다.

4·3도민연대(상임 공동대표 김영훈·양금석)주최로 유족과 관련단체 회원 90여명으로 구성된 ‘전국 4·3유적지 및 민주성지 순례단’은 16일 대구형무소 재소자들이 희생된 곳으로 추정되는 경북 경산시 코발트 광산터와 달성군 가창면 가창댐을 찾아 위령제를 지냈다.

유족들은 지금은 댐 건설로 수몰 지역이 된 총살터를 향해 제주에서 마련해간 제물을 진설해 놓고 정성껏 제사를 지냈다.

순례단을 안내해 준 이복녕씨(71·대구시)는 “4·19후 피학살자 조사부장으로서 한국전쟁기 학살극을 조사할 때 이곳 총살터에서 엄청나게 쌓인 시신을 발굴해 임시 가매장했다”며 “그러나 진상규명과 시신처리를 채 마치기도 전에 5·16쿠데타가 발생해 수포로 돌아갔고 나는 군사정권에게 끌려가 5년간 옥고를 치렀다”고 증언했다.

순례단은 16일에 이어 17일에도 대전형무소와 총살터인 ‘골령골’(대전시 동구 낭월동)을 찾아 위령제를 지냈다.

이규희씨(62·대전 애국지사 숭모회장)의 안내로 찾아간 현장은 땅을 조금만 파도 유골이 드러날 정도였다.

유골의 모습에 눈물을 감추지 못한 안안자씨(여·63·표선면 가시리)는 “친정 아버지(당시 43)와 친정오빠(17)가 끌려간 후 대전형무소에서 보내온 엽서도 받았었는데 그 후 소식이 끊겨 아버지 생신날에 제사를 지낸다”면서 “유복자로 낳은 여동생이 있지만 당시엔 막내딸인 나를 제일 사랑해 주셨는데 뒤늦게나마 이렇게 찾게 되니 너무도 기쁘다”고 말했다.

역시 대전형무소에서 부친을 잃은 이성찬씨(57·제주시 오라동)는 “자료가 공개돼 정확한 제삿날을 확인하고 유골이 드러난 만큼 일부나마 수습해 상징적인 묘지를 조성하고 싶다”면서 “당시 제대로 된 재판절차도 없었지만 설령 죄가 있다해도 7년형을 받은 사람을 죽였으니 정부가 진상을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순례단은 16일 부산 민주공원을 방문한데 이어 17·18일에는 ‘광주 민주화 운동’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평화와 인권을 향한 전국적인 연대를 다졌다.

아울러 순례단은 5·18기념공원도 방문,이를 통해 향후 ‘4·3 평화공원’조성의 모범적 방안을 모색했다.<경북 경산=김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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