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제주도교육감 면담을 마치고 기자실을 찾은 아동성폭력대책위원회의 표정은 이전과 달리 밝아보였다. 도내 모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불미스런 사건과 관련 가해 교사에 대한 엄중 처벌과 해당학교에 대한 자체조사, 교육감의 공식 유감 표명 등의 답을 얻어냈다고 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론이 몇차례의 기자회견 등을 통해 굳이 알려지지 않아도 될 내용까지 공개된 후에야 나왔다는 점은 씁쓸하기만 하다.

학교내에서의 성관련 사건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서울 소재 관련 단체를 통해 3년 전에도 제주에서 유사한 일이 있었다는 제보를 받기도 했다.

이제와서 이런 일들을 들춰내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책임을 묻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공론화를 통해 실현가능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했더라면 올 여름 개운치 않은 추억을 남기지는 않았을 거란 아쉬움이 앞선다.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 가운데 피해 당사자나 그 가족의 의지가 함께 해야 했다는 사실이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먼저 가해자 가족이, 이후 기자회견 등의 과정에서 피해자 가족까지 모두 마을을 떠났다.

‘피해자 보호’를 내세웠지만 이들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배려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어쨌든 도교육청이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나서고 있고 대책위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적극적인 행동까지 더 이상의 입장차 없이, 가급적 ‘짧은’ 시간이 걸리길 기대한다.

<고 미·교육체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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