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만 내외도민의 축제인 도민체육대회가 어제 막을 내렸다.올해로 34회째라고 하니 결코 짧지 않은 연륜이다.짧지 않은 세월, 각별한 사연과 애환 또한 없을 수는 없다.

 도민체전은 그 시작이 도민종합운동회의 성격을 띤 성인들만의 대회로 출발했다.3공시절 '체력은 국력'이란 슬로건과 함께 체육진흥을 꾀했던 박정희정부의 권장에 의해서였다. 첫대회가 66년 5월16일이었던 것도 5·16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정부와 결코 무관치 않은 셈이다.시·군대항으로 열린 이대회에는 학생부는 제외 순수 일반팀만이 참가자격이 주어졌다.지금의 아라벌이 아닌 광양벌의 구 공설운동장(현재 제주시청주면)에서 열렸음을 40대이상의 도민들이면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14개의 경기종목중 물허벅나르기,조랑말 경주가 끼어 있음이 이색적이다.또하나 체전성화가 지금처럼 삼성혈이 아닌 성산 일출봉인 것도 지금으로서는 특기할만 하다.

 도민체전이 성인들만이 아닌 초·중·고학생팀등 도민 모두의 축제로 자리잡기는 첫대회 2년뒤인 68년 제2회 때부터다.아마도 정부권장에 의한 단발성의 대회가 도민축제로서 그 가능성을 보이면서다.결국 2년여의 짜임새 있는 준비 끝에 오늘날의 대회로 연례행사화 됐다.대회개최수가 35회가 아닌 34회인 것은 바로 이런 연유 때문이다.그러나 정말 특기 할만한 것은 도민체전 때면 여지 없이 비가 온다는 사실이다.

 공식적인 기록은 없지만 비날씨 없는 대회를 치른 기억이 없다는 것은 제주 체육계의 공통된 의견이고 사실들이다. 때문에 언제부터인가 도민체전은 '도체비'란 별칭이 따라 붙었다. '도체육대회=비날씨'에서 비롯된 별칭이지만, '도체비'란 말이 '도깨비' '귀신'이란 제주사투리와 동의어여서 묘한 여운을 심어주고 있다.그렇게 날이 가믈다가도 도체육대회만 열리면 어김없이,귀신이 자기 제삿날 ㅊ아 오듯이 비가 내렸기 때문이었다.

 '도체비'의 징크스는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그렇지만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는 '도체비'였다.농심을 애타게 하던 봄가뭄이 도민체전이 개막되기 무섭게 해갈이 되고 있어서다.개막날 오후까지만해도 화창하던 날씨가 밤사이 촉촉한 비날씨로 변한 것이 어찌 신통하지 않겠는가.

 혹시나의 기대 속에 '도체비'의 등을 타고 제주 전역에 내리는 단비.도민체전 날짜를 진작에 앞당길걸 그랬나.<고홍철·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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