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시장·군수들이 모처럼 의기투합을 했다. 행정구조개편에 따른 단층제를 저지하기 위해서다. 자신들의 정치적 생명과 직결된 일이기 때문인지 모른다.

원래 행정구조개편은 도민들 스스로 제기한 문제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한 특별자치도 추진과는 별개의 사안이다. 그 이전부터 도민들은 행정구조개편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무엇보다 도와 시군, 그리고 읍면동으로 이어지는 3단계 행정체제가 너무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고비용 저효율의 산물로 지적돼왔던 것이다. 또 2개의 군지역도 시를 중심으로 4개로 쪼개져 도민통합을 어렵게 해왔다. 이러한 때에 제주국제자유도시가 출범돼 행정구조개편은 더욱 탄력을 받게된 것이다. 그에 걸맞는 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정계층 개편 문제는 논의가 구체화되면서 점점 초점이 흐려지고 있다. 갈수록 마찰만 빚어져 걱정스럴 정도다. ‘경쟁력 확보’논리에‘자치권 강화’논리가 새삼스레 맞서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충돌은 시장·군수들까지 가세해 열기를 더하고 있다.

도내 4개 시장·군수들은 지난주 도청 기자실을 찾아 이의를 제기했다. 한마디로 자치권을 후퇴시키는 행정계층구조는 반대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 기초단체에 자치권이 없다는 것은 민주화의 후퇴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보다 앞서 이들은 중간보고서가 나온 지난 12일에도 간담회를 갖고 “중간보고서가 혁신적 대안에 너무 치중됐고, 점진적 대안에 대한 장·단점 분석이 빈약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사뭇 비장한 분위기이다. 지금까지 이들 4명의 시장·군수가 이렇게 한목소리로 일사불란하게 뭉쳤던 적이 과연 있었던가.

사실 시장·군수들의 이같은 반발은 일찌감치 예상돼온 일이다. 정치적으로 그들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도내 시장·군수들은 3선인 신철주 북군수만 제외하고는 모두 다음 지방선거에 출마할 의향을 비치고 있다. 때문에 시군이 없어지는 것을 앉아서 바라보고만 있을 리가 만무하다.

그런측면에서 지방의원과 지방정치 지망생들의 반발도 얼마든지 잇따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행정계층 개편문제는 갑론을박만 거듭하게될 것이다. 따라서 이해당사자들이 직접 나서서 입장을 밝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무엇보다 객관성과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기초단체장들이 지역현안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는 것은 결코 잘못된 일만은 아니다. 문제는 그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기초단체장은 어디까지나 지역주민을 대표하는 공인이라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과연 4개 시군의 주민들도 시장 군수들처럼 단층제를 반대하고 있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시·군의 존폐 문제는 나름대로 명분과 실리가 있다. 또 이해득실에 따라 입장과 시각도 다를 수 있다. 때문에 시장·군수들은 개인적 주장을 내세우는 것을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 시·군의 공식적 입장으로 비쳐져 또다른 혼란을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자칫하다간 도민사회의 분열과 갈등의 골을 깊게 할 우려가 높다. 주민의견을 모으는게 우선이다.

<진성범·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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