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에서는 눈에 장부의 정기가 나타난다고 한다. 눈은 또 마음의 지시를 받으므로 정신과 정기가 혼란돼 잘 돌아가지 못해 이상이 생긴다고도 한다.
동의보감은 눈병의 원인을 다음과 같이 열거하고 있다. 매운 음식을 먹는 것, 뜨거운 음식만 먹는 것, 밤에 작은 글씨를 보는 것, 장기나 바둑을 쉬지 않고 두는 것, 술을 한정없이 마시는 것, 눈물을 지나치게 흘리는 것, 성생활을 지나치게 하는 것, 달빛 아래에서 책을 보는 것, 해와 달을 자주 보는 것, 잔글씨를 여러 해 동안 쓰거나 잔 조각을 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를 간단하게 현대적으로 풀이하면 우선 위장에 자극을 주는 맵고 자극적인 음식, 술 등을 피해야 한다. 오장육부 및 경락의 혈기는 모두 소화기관에서 받아 위로 올려 보내 눈을 밝게 한다.
그러나 소화기능에 장애가 생겨 위장이 약해진 상태에서 위장에 열을 조장하는 음식은 눈에 가장 치명적인 화를 조장한다. 오래 사물을 보는 것도 해롭다. 옛 의서는 사물을 오래 보면 피를 상하게 한다고 적고 있다.
간이 피를 받아야 눈으로 사물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열이 치밀어 올라 눈으로 발산될 때는 반드시 마음과 간의 열을 내리게 해야 한다고 했다. 요즘 학생들은 하루에 2~3시간 정도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에서 나오는 빛은 눈에 많은 자극을 준다.
또 일종의 ‘화병’인 스트레스도 말 그대로 몸에 불을 불러 눈을 상하게 한다. 외부적인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꽃가루나 황사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특히 봄에는 간의 뻗어나가는 기운이 특히 강해지는데 이러한 기운이 잘 해소되지 못하면 울혈로 맺히고, 여기에 외부 자극이 더해지면 쉽게 눈병이 오게 된다. 특히 알레르기성 체질인 사람들은 몸 안에 열이 잘 오르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눈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먼저 양손을 깨끗하게 씻고, 습기를 닦아내 청결히 한뒤 바르게 앉아 아래윗니를 마주치는 ‘고치법’(叩齒法)을 정성껏 36회 시행하여 정신을 가다듬는다.
그리고 양손을 서로 마찰해 뜨거워지면 배꼽 주위를 천천히 문질러 준다. 복부가 따뜻해지면 다시 엄지손가락의 등부위를 마찰해 엄지손가락의 등부위로 양눈을 마찰해 준다. 이를 매일 20번씩 하면 저절로 눈이 밝아지며, 풍을 없앤다고 했다.
<한의사·제민일보 한방자문위원 황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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