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사회가 ‘정책범람’으로 혼란스럽다. 비슷비슷한 정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마구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뭐가 뭔지 헷갈릴 정도이다. 최근에는 그에따른 토론회마저 줄이어 현기증이 날 판이다.

지금 한창 논쟁중인 정책만도 여러가지이다. 국제자유도시 7대 선도프로젝트, 제주특별자치도, 행정계층구조 개편, 지방분권, 제주도지역혁신발전계획 등 모두 대형급이다. 그러나 출생시기가 비슷해 위아래를 가리기가 어렵다. 거기다 제목이나 내용면에서도 큰 차이가 없어 어지럽다. 논쟁의 핵심과 본질이 중복되거나 흐려져 산만할 정도이다.

그런가하면 여기에 투자되는 예산을 따져보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천문학적인 숫자여서 손으로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나라경제가 어렵다는데 그런 엄청난 돈줄이 어디서 솟아난다는 것인지 믿기지 않는다. 말이 좋아 민자유치지,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민간투자가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만한 ‘봉’으로 여기다간 큰 코 다친다.

또 어디 제주도만 입인가. 그러잖아도 국가재정은 당분간 신행정수도 건설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뿐만아니라 전국 16개 시·도 지역혁신사업에도 어마어마한 예산이 소요될 예정이다. 그런 현실에서 제주에만 수십조원을 투자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뻥’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정책은 신뢰성 확보가 중요하다. 예산 뒷받침등 현실을 무시한 정책은 사상누각에 다름없다. 장밋빛 환상으로 그칠수도 있다. 때문에 정책은 실속이 있어야 한다. 또 정부에서 한번 발표한 정책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정책에도 품격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성안된 정책은 절차적 합리성을 확보해야 한다. 국민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토론회등을 통해 정책사안을 해설하고 이해시키려는 노력은 그래서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 제주에서 벌어지는 각종 토론회는 가관이다. 여기저기서 시도 때도 없이 토론회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관심도와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논의의 주체도 헷갈린다. 그야말로 머리가 띵할 정도이다.

제주특별자치도만 해도 그렇다. 이와 관련된 기관이 너무 많다보니 토론회도 들쭉날쭉이다. 멀쩡한 사람들까지 귀와 눈을 의심케할 정도이다. 현재 제주특별자치도 추진과정에 직·간접으로 연관돼 있는 기관은 무려 6곳이나 된다. 제주도와 행정자치부,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열린우리당, 청와대, 제주발전연구원 등이다.

거기에다 공식기구도 만만치않다. 제주도 뿐만아니라 열린우리당에도 제주특별자치도추진특위와 기획단이 별도로 구성돼 있다. 곧이어 행자부에도 제주특별자치도 태스크포스팀이 설치될 계획이다. 그것도 모자라 정부 혁신지방분권위원회에도 특별자치도 관련 소위원회나 분과위가 구성될 예정이다.

한마디로 옥상옥이다. 그러나 옛말에도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다. 지금 벌어지는 토론회마다 백가쟁명식으로 시끄러운 것도 이런 까닭이다. 누구 주장이 옳고 그른 지도 종잡기 힘들 정도다. 교통정리를 하는 중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로 통합·조정·관리하는 ‘추진본부사령탑’이 절실하다. 언제까지 이렇게 벌려만 놓고 있을 것인가.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