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자녀를 출산한 산모 가운데 누구는 젖이 너무 많고 묽어 신생아가 설사하는가 하면 누구는 젖이 적어 고민인 분도 계실 것이다.

젖이 묽은 경우는 산모의 소화 기관이 약하고 차가워서 그 기능이 활발하지 못한 탓이다. 산모가 섭취한 음식이 잘 소화 흡수되어야 피도 되고 젖도 되는 것인데 그렇지 못하니 젖이 묽어진 것이다. 항간의 이야기처럼 국을 많이 먹으면 젖이 많고 물을 적게 마시면 젖이 말라 잘 나오지 않는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평소 배가 차며 배속이 잘 꾸룩거리고 방귀가 연신 나오는가 하면 차게 거처하거나 찬 걸 먹으면 대변에 바로 이상이 나타나는 부인에게 물젖이 많다. 신생아가 기저귀마다 물같은 변을 묻혀 내므로 출산의 기쁨은 잠시요 이 젖을 먹여야 하나 떼어야 하나 갈등하다 보면 배는 더 꾸룩거리고 방귀는 더 나오기 마련이다.

반면에 젖이 모자라는 것은 단순히 산모가 영양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예전부터 돼지 족발을 푹 고아서 산모에게 권해 왔다. 곰발바닥 하나만 있으면 3년 동안 부침 해먹을 때 기름 걱정 없다는 말처럼 확실히 돼지 족발도 무시 못할 영양의 보고이다. 이왕 먹으려면 양념을 잘해서 맛있게 먹자. 그러나 요즘 영양이 부족한 산모는 거의 없는 시절이므로, 대개 젖먹이 모가 임신 때부터 혹은 출산에 즈음하여 마음이 편하지 않고 항상 무엇에 쫓기듯 초조 불안하든지, 아니면 불만이 많고 울분이 채어 꿍하고 속으로 애를 쓴 결과로 피가 더워져 젖이 될 진액이 메말라져서 되는 경우가 오히려 많다. 이럴 때는 세월이 약이거니 생각하고 아이의 어머니로서 마음을 크게 먹고 편히 안정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며 이 때 돼지 족발은 그리 기대할 만하지 못하고 전문적인 처방이 도움이 될 것이다.

간혹 육식을 너무 즐겨 영양이 지나쳐서 신진대사하는 조직의 미세한 출입처가 막혀 유즙이 잘 생기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분은 담백한 식사법으로 바꾸면 된다.<황학수 한의사, 제민일보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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