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 박종욱 교사의 내리사랑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아니까요. 투병하는 동안 주변에서 보여준 정성과 모아준 기(氣)를 나눠주는 것 뿐입니다”

굴릴수록 커지는 것은 눈뭉치만은 아닌 모양이다. 지난해 11월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제자들의 곁을 잠시 떠났던 박종욱 교사(52)는 병으로 최근 얼굴 한번 보지 못했던 어린 제자에게 생명의 불씨를 이어갈 작은 희망을 건냈다.

발병 당시 사계교 교사였던 박 교사는 ‘백혈병에 걸린 우리 선생님 제발 살려주세요’라며 사회 각계에 편지를 보낸 어린 학생들의 정성으로 교단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올초 교감 승진과 함께 동화교로 자리를 옮겼지만 병이 재발하면서 새로운 제자들과는 눈한번 마주치지 못했다.

전 제자인 사계교 학생들 못지않게 ‘빈자리’로 남아있는 교감선생님에 대한 동화교 학생들의 치사랑도 대단했다.

지난 스승의 날 ‘다시 교정에서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모금행사를 통해 213만3000여원의 성금을 모금해 건넸다.

이런 정성들로 무사히 치료를 마치고 얼마전 격리요양에 들어간 박 교사는 최근 난치병인 ‘우측 대퇴골 골육종’으로 투병하고 있는 동화교 박효원 어린이(6학년)를 위해 써달라며 300만원을 학교에 전달했다.

22일 전화 인터뷰에서 박 교사는 “지금껏 받은 주변의 관심과 정성의 일부를 나눠준 것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박 교사는 “단순한 치료비 외에도 가족들이 쓰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다 어린 학생이 견디기에는 힘든 일이 많다”며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효원이와 가족에게 힘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동화교는 학생회 차원에서 박효원 어린이 돕기 성금 모금에 나서 23일 현재 125만원(학생 482만원·교직원 543만원)을 모금, 25일 직접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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