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해도 너무 하네요. 남들은 없던 전시도 만드는 판에 제주미술제를 2년씩이나 무산시키다니, 제주미협 집행부는 대체 뭐하는 사람들이랍니까?”

미술인들의 볼멘소리가 봄날 개구리울음처럼 들린 것은 우연만은 아니였다.

제43회 탐라문화제 부대행사로 치른 제64회 정기전에 제7회 제주도·오키나와 미술가연맹 합동 교류전에 출품작품들을 급조할 때만해도 일부 미술인들은 느긋하게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니겠냐” 며 우려하는 측들을 달랬다.

그랬던 미술인들에게조차 작년에 이어 올해 제주미술제도 ‘개최 무산’됐다고 알려지자 행사를 주관한 제주미협 집행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하늘을 찌를 정도다.

‘제주미술제’가 대체 무엇이길래 이럴까.

‘제주미술제’는 제주미술인 축제다. 제주미협·탐미협·재경 한라미협 등 단체들이 각기 다른 개성과 색깔의 껍데기를 벗고 모처럼 넘나드는 연대행사요, 관객들도 흥이 나는 소중한 행사다.

제주미술제때에는 원로·청년미술인 할 것없이 나란히 어깨를 포개고 작품을 전시하는, 한 판 거나한 잔치이자 졸업이후에도 전시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청년작가들에게는 가슴 설레는 발표의 장임에 다름아니다.

‘개최 불가’얘기는 지난 제주미협 정기총회때 나왔다.

당시 김순관 제주미협 회장이 제주미술제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올해 제주미술제를 열 수 없다”고 했으나 회원들의 반론이 거세지자 “예산을 쥐어짜서라도 개최하마”며 일단락된 듯 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예산없음’만을 이유로 지난 9일 도문예회관에 올해 제주미술제 대관신청을 취소함으로써 회원들과의 약속을 번복했다.

이는 270여명의 미협 회원뿐 아니라 범미술인들의 기대를 귀담아 듣지 않은 회장 단독의 오만이며, 미술인들의 정당한 권리조차 무시한 처사다.

이제라도 제주미술제 불개최는 수습돼야 한다. 회장 스스로 예산이 안되면 발품을 팔아서라도 제주미술제를 끌어가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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