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은 제주개발공사 사장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오는 27일 열린다고 한다. 과연 이런 사실을 아는 도민들은 얼마나 될까. 또 얼마나 많은 도민들이 일손을 놓고 이를 지켜볼 것인가.

제주도의 인사청문회는 이번이 두 번째이다. 지난 7월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는 처음으로 정무부지사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그러나 이를 주시했던 도민들은 실망을 금치 못했다. 내용이 부실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본래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해서이다.

인사청문회는 고위공직자의 국정수행 능력과 자질을 검증키 위한 장치이다. 대통령의 절대권력에 대한 견제효과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인사청문회는 공직임명 시스템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온게 사실이다.

그러나 도 인사청문회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법적인 문제는 그렇다 치더라도 인사청문회 대상부터가 잘못됐다. 주로 권력남용을 막기위해 국정원장과 검찰총장같은 막강한 실력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데 지방공기업 사장이나 도의 보좌역까지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뿐만아니라 기간도 문제이다. 인사청문회의 원조국인 미국은 연방수사국(FBI)의 조사를 포함해 수개월가량 철저한 검증절차를 갖는다. 또 사실확인을 위해 FBI의 자료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 감사원과 국세청 직원들을 차출하거나 수사전문가를 고용해 조사하기도 한다.

그러나 도의 인사청문회 준비기간은 고작해야 며칠에 불과하다. 청문회 진행도 서너시간에 그치고 있다. 이렇게 해서 후보자의 각종 의혹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속시원히 파악할수 있겠는가. 물어보나 마나 공직자에 요구되는 자질과 도덕성 조차도 제대로 검증키 어렵다. 여러 현안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기보다는 피상적으로 제기되는데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민단체들까지 청문위원을 고사하고 있는 것은 이런 부담때문이다.

또 검증시스템도 허술하다. 도는 청문회를 통해 업무추진능력과 전문성등을 따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도민대표성에서부터 문제가 있는 인사청문회가 어떤 재주로 그같은 기능을 발휘할수 있겠는가. 이는 급조된 특별위원회의 한계성을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아무래도 청문위원들의 책임감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역할에 대한 충실성과 탐구성도 기대하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그런가하면 동의절차와 후보자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도 문제다. 위증에 대한 법적인 제재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후보자의 진술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 후보자가 일단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전략을 구사해도 어쩔 도리가 없는 형편이다. 증인 조사등이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청문회 다음에는 어떻게 할건가. 정부인사는 국회의 인준을 받아야 하는데 도 인사는 누구의 인준을 받는가. 도민의 뜻을 묻기가 어렵다면 하다못해 도의회라도 인준토록 해야한다. 그러나 도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인사청문회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한다. 아무리 그 취지가 좋다하더라도 형식에만 치우치는 청문회는 차라리 하지않는게 낫다. 통과의례치고는 너무나 소모적이고 거창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벤트성 인사행정은 임용권자에 면책구실만 줄 뿐이다. 또 후보자에게는 면죄부를 주는 요식행위로 흐를수도 있다. 빛좋은 개살구이다.
<진성범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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