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찰 등에 의한 검증 의뢰를 받은 공안문제연구소(이하 공안연)가 ‘용공’, ‘좌익’ 판정을 내린 4·3관련 자료들(본보 27일자 4면)이 과연 검증대상이었을까?

공안연 감정서 내용은 감정목록과 함께 ‘비밀’로 분류돼 있어 그 진위를 알 수 없다. 용공은 국가보안법에 명시된 ‘찬양·동조’, 좌익은 ‘선전·선동’에 해당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악된 20여건의 4·3 자료 중‘용공’판정을 받은 일부는 국가보안법 위반사건 공소내용에 포함되는 등 위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그 검증대상이 됐던 원본 자료를 확인해 본 결과 무차별적인 사상검증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검증목록에 오른 ‘4·3문학 심포지엄자료집’(제주민예총 주최, 제주작가회의 주관. 2001년 4월2일 개최). 당시 자료집에는 화산도의 저자 김석범 선생의 ‘나의 문학과 4·3’을 비롯 김재용 교수(원광대)의 ‘4·3과 분단극복’, 양영길 시인의 ‘통일지향의 4·3문학’을 주제발표문으로 싣고 있다.
심포지엄은 한림화 소설가가 사회를, 토론자로는 문무병 이석범 강덕환 김동윤씨 등이 참여했다.

‘용공’낙인이 찍힌 98년 제주대 총학생회 4·3자료집 ‘동백빌레’ 는 인터뷰를 제외하면 4·3연구소 간행물, 「4·3은 말한다」등 제민일보 4·3취재반 기사가 상당수 인용됐다. 98년 총학 관계자는 “당시 공안정국이 조성된 상황에서 인용 자료를 명시하는 등 신중하게 만들었다”며 “용공딱지는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좌익’ 판정을 받은 제주대 교지 한라산(98년 발행)에는 학생운동 내용이 있긴 하나 당시 김영훈 도의회의원 인터뷰와 4·3 50주년 학생 설문조사가 수록됐다.

또 용공판정을 받은 「4·3반세기」(4·3범국민위 발행)를 비롯 검증대상에 오른 「4·3과 역사-23호·28호」(4·3연구소 발행) 역시 국가기관으로부터 사상검증을 받아야 할 만큼의 내용이 없다는 게 4·3관계자들의 기본적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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