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문제연구소 사상검증 파장

제주에서도 뒤늦게 경찰청 산하 공안문제연구소의 ‘사상검증’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경찰청장이 나서 “앞으로는 감정의뢰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그 내역이 속속 확인되면서 관련단체들의 반발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4·3관련 무차별 ‘사상검증’ 실태=
현기영 한국문예진흥원장의 97년 한국일보 4·3 칼럼이 공안문제연구소로부터 ‘반정부’‘찬양동조’ 판정 사실이 확인된 지난주 이후 하루가 지날 때마다 그 숫자가 늘고 있다.

28일 현재 4·3관련 검증목록은 40여건으로 확인됐다. 대학 4·3 문건과 4·3연구소, 4·3단체들의 발간자료에서 제주대 교수의 언론기고문, 학술심포지엄 자료집, 전교조제주지부 사업계획서에 이르기까지 검증대상은 광범위했다. 4·3을 소재로 한 연극대본도 ‘감정’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제주경찰청측은 “사상검증이 아니라 위법성 여부를 가리기 위해 감정을 의뢰하는 것일 뿐 ”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검증을 받은 ‘4·3문학 심포지엄자료집’(2001년)과 관련해 제주작가회의 한 관계자는 “4·3특별법 제정 이후에도 학술행사까지 이적성 여부를 따지는 진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문학 심포지엄은 제주도와 4개 시·군을 비롯 4·3유족회, 제주MBC도 후원했다.
현재 파악된 공안연구소의 감정목록은 현재 500쪽, 3권 정도분량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직 그 전모가 다 드러나지 않은 셈이다.

▷「4·3은 말한다」도 검증 대상(?)=‘사상검증’의 칼날은 언론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용공’ 판정을 받은 98년 제주대총학생회 4·3자료집 ‘동백빌레’. 현재 민예총 제주도지회 김수열 회장의 시 ‘생화장’으로 시작된 자료집은 88쪽 분량이다. 사건전개과정, 유적지·학살터 소개, 4·3인물 새로 보기, 4·3 50주년 특집, 증언 등을 수록했다.

여는 글은 ‘제민일보 4·3취재반’이 맡았다. 자료집 전체의 개요에 해당되는 글에서 4·3취재반은 「4·3은 말한다」 소개를 비롯해 그동안 취재과정과 4·3에 대한 시각을 담았다.

동백빌레 자료집은 또 4·3연구소 소식지 내용과 함께 「4·3은 말한다(4권)」등 제민일보 4·3 취재내용이 상당부분 반영이 됐다.

제민일보 4·3취재반은 당시 “4·3을 제대로 보려면 그 당시 남한사회의 보편적 모순구조와 한민족을 남북으로 갈라놓은 미군정의 실체, 제주도의 저항역사와 사회·경제적 여건들을 총체적으로 살펴야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4·3은 말한다(3권)」의 내용을 일부 전제한 ‘4·3반세기’(4·3 50주년 범국민위 발간 자료집)도 공안연구소는 ‘용공’ 판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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