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 내부의 공간은 마치 바람을 불어넣지 않은 풍선처럼 좌우로는 넓고 앞뒤로 좁은 모양을 하고 있다. 그 안쪽 벽면은 융단처럼 고운 내막이라고 하는 조직으로 돼있다.

착상이란 바로 이 융단같은 조직에 수정란이 파고들어가 자리를 잡는 것을 말한다. 일단 자리를 잡으면 내막과 수정란은 급속히 팽창을 하고 수정란은 내막과 혈관을 연결하게 되면서 모체와 혈액이 교통하게 된다.

즉 내막은 화단의 흙과 같아서 그 두께와 비옥한 정도가 착상에 영향을 주게된다.
지나치게 흙이 얇게 깔려있거나 척박하면 꽃씨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거나 자라지 못하게 된다. 뿌리조차 내리지 못하면 불임이 되고 뿌리를 내린 후에 자라지 못하면 반복적인 유산이 된다.

생리란 바로 임신이 되지 않은 달에 이 흙이 탈락되어 흘러 나오는 것이다. 흙의 두께가 너무 두꺼우면 생리과다가 일어나고 생리가 아닌 때에 부스러지면 생리불순이 된다. 폐경이 되면 이 내막조직은 사라진다.

배란이 되지 않으면 배란으로부터 생겨나는 호르몬이 고갈되어서 내막이 자라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내막은 초음파로 측정이 가능하며 배란기 직후에 가장 두꺼워진다. 보통 5㎜ 이하의 두께가 되면 임신이 매우 곤란하고 평균 8~12㎜ 정도의 두께를 가진다.

내막에 염증이 생기거나 중절수술을 여러번 받게되면 내막조직은 얇아지게 된다. 더구나 중절수술 후 일정기간동안 내막은 염증에 쉽게 노출이 된다.

내막은 손상을 받은 부분끼리 들러붙기도 하는데 이때를 자궁내 유착이라고 해 불임의 큰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내막이 얇아지지 않은 상태에서 유착만 생겨있다면 자궁내시경 수술로 간단히 유착을 치료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자궁내 유착은 내막도 얇아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임신에 심각한 장애가 되기도 한다.

임신중절 후 자궁내 유착증이나 내막의 두께가 줄어들었으리라고 의심할 수 있는 중요한 증상들로는 생리의 양이 갑자기 많이 줄어들고 생리통이 심해지거나, 임신이 잘되지 않는다. 임신이 되더라도 반복적인 자연유산이 생기는 것 등이 있다.

초음파를 이용하여 월경및 배란시기에 내막의 주기적인 관찰과 자궁난관 조영술로 확진한다. 이러한 위험성을 고려한다면 임신중절은 아주 신중하게 결정돼야 하며 계획에 없는 임신은 철저히 피해야 할 것이다.
<산부인과의사·제민일보의료자문의원·차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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