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아껴 쓰세요”

고모의 입에서는 언제나 녹음기를 틀어 놓은 듯이 이런 소리가 술술 흘러나온다.

고모께서 목욕탕을 운영하고 계시기 때문일까?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가끔 나는 ‘또 그 소리’하고 귀찮을 때도 있다.

그래도 가재는 게편이라고 고모의 마음을 이해하는 듯 고모네 목욕탕을 자주 이용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한참 목욕을 하는데,“야,물대포 받아라”하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어린이 두 명이 샤워기를 쏘아대면서 장난을 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샤워기가 물총이라고 착각하는지 깨끗한 물을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이 보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하며 물방울이 소리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고모께서 “물을 낭비하면 못써!”라고 몇 번 타이르셔도 고모의 감시를 벗어나자마자 또 물장난을 하기 시작했다.

그 옆에 있던 아이의 엄마는 오히려 충고를 하는 고모가 못마땅한지 눈살이 찌푸리기도 했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너무도 답답했다.큰소리도 외치고 싶었다.

물을 아껴쓰자고,물을 낭비하지 말라고.

그 두 명의 어린이는 물을 더 세게 틀어 놓은 체 다른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마구 뛰어다니며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었다.

물론 나도 피해자 중의 한사람이었다.

목욕탕에서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는다는 사실보다 깨끗한 물을 헛되이 흘러 보낸다는 사실이 나를 머리끝까지 화나게 만들었다.

또 충고의 말 한마디 하지 못한 내가 한심하기까지 했다.

그날 나는 목욕을 끝낸 후에도 개운함을 느끼지 못했다.

대신에 물에게 미안한 마음만이 내 가슴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었다.

나는 물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물은 돌을 던지든 손을 넣든 싫다고 할 줄 모른다.

그리고 자기 품안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은 동그란 원으로 감싸준다.

물의 고마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목이 마를때,마시는 것도 나무의 빨간 열매를 맺는 것도 모두가 물 덕분이다.

또 우리 몸의 70%가 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만약 물이 우리를 외면할 때,그때는 어떻게 될까?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렇게 중요한 물이 없다면 우리의 생명도 이어갈수가 없을 것이다.

나는 오늘일을 계기로 크게 다짐했다.내게서는 없어서 안될 물을 절약하겠다고 말이다.

이제까지 낭비했던 물에게 용서를 빌며….

오늘은 용기가 없어서 버릇없고 물을 낭비하는 아이들을 언니로서 타이르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한층더 업그레이드된 물의 지킴이가 되어 후손에게 깨끗한 물을 남겨주고 싶다.<제주시주최 제8회 세계 물의 날 기념 백일장 산문부문 최우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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