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은 가정의 달. 아무리 복잡하고 바쁘다지만 사랑과 감사로 가족의 소중한 의미를 되새겨 볼 때다.<제민일보 자료사진>


가정의 달이다.5일 어린이날,8일 어버이날,15일 스승의 날,20일 성년의 날. 가족을 생각하고 이웃을 생각하고,사랑과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감사의 달이자 나눔의 달이다.

가정의 달에는 가진 게 없고,나눌 게 없어도 가족끼리 오순도순 만날 수 있는 보금자리만 있어도 그래도 나은 편이다.가족이 있어도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가족끼리 뿔뿔이 흩어져 사는 경우도 있고,고아원에서,양로원에서 쓸쓸하게 보내는 이들도 많기 때문이다.따라서 이번 가정의 달에는 가족의 소중함과 더불어 소외된 이웃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주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그런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각별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

그러나 올해 가정의 달은 그리 밝지만은 않은 것같다.지난해 감귤 파동으로 제주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워 이제야 IMF를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제주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때문에 경제권을 짊어진 가장들의 어깨는 여느 해보다 무겁게 내려앉아 있다.

그래도 가정의 달만은 다르게 보내고 싶은 게 가장들의 다짐이다.일에 쫓겨 아이들의 얼굴조차 잊고 살았던 아빠들도 가정의 달 만큼은 가족들을 위해 시간을 비워뒀다.

은행에서 기획 및 홍보팀장을 맡고 있는 김모씨(42)는 “평소 아이들과 부모님께 잘 하지 못해 5월에는 부담이 많다”고 한다.평상시에는 일에 쫓겨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이 많지 않다는 김 팀장은 이번 어린이날에는 가족이 함께 등산할 계획을 세워놨다.

박물관에 근무하는 강모씨(37)는 늘 아내와 여섯 살날 아들에게 미안하단다.바쁜업무 때문에 대부분 밖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그는 “공적인 업무로 인해 가정에 충실하려고 해도 그런 여유를 갖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직장에 충실하다보니까 사실은 가정에 소홀할 수 밖에 없어요.빠듯한 시간으로 인해 회의다,발굴이다 사회의 일 속에 치이다 보니까 저 자신은 물론 아들 얼굴 보는 기회조차 마련하기 힘들어요.일주일에 두 차례는 집에서 가족과 함께 저녁식간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긴 하지만 어렵네요”

“30대 중반에는 가장 열심히 일해야 하는 나이지 않냐”며 자신을 이해해 달라는 강씨는 “얼마전에 집안 일을 겸해 큰맘 먹고 2박 3일 일정으로 가족이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이번 여행으로 평소 못했던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보상받은 기분이다”며 너털웃음을 지어보였다.

공무원 김모씨(38)는“세상이 바쁘다는 핑계로 홀로 계신 어머님을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어버이날이 되면 친정이냐,시댁을 먼저 방문해야 하는가를 놓고 아내와 옥신각신할 때도 있었다는 김씨는 “오는 일요일(7일)에는 장모님께 다녀오고,8일에는 어머님을 찾아 평소 못다한 효도를 하겠다”며 마음이 부풀어 있다.

제주상담센터 양정국 소장은 “가정의 달인 5월에는 우리 가족만 생각하는 그런 달보다는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사회를 가족이 함께 깨달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요즘은 극단적인 개인주의로 인해 우리가족만 너무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고 우려한 양 소장은 “극단적 이기주의는 친구끼리,이웃끼리 친밀감을 갖지 못해 따돌림의 대상이거나 무관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면서 “이번 가정의 달에는 가족끼리 단란하게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와 부모가 함께 어려웃 이웃을 찾아 봉사활동을 해보면서 더불어 사는 사회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김순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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